원/달러 환율 1010원선 붕괴
[아시아엔 안정은 기자]원·달러 환율 1010원선이 6년 만에 무너졌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50원 내린 달러당 1009.2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01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종가 기준으로 2008년 7월 29일(1008.80원)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0.1원 오른 1011.80원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중국 등 주요국의 제조업경기가 확장사이클에 들어섬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분위기가 강해진데다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에 따른 달러화 매도가 쏟아져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긴박해진 외환당국은 달러당 1010원선이 무너지자마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실무자들이 함께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기업과 역외 등 수급 주체들의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4일 달러당 1050원선을 지키려고 했던 조치 이후 8개월 만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 당국의 구두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데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101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환율하락을 재촉했다.
이 같은 환율하락세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마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마저 무너져 세 자릿수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시장이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된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의 약 27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 압력이 생길 수 있고 외환당국이 달러당 1,000원 하향 돌파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심도 강하다.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과도한 환율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 수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