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번째 수요일>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2011년 12월14일, 수요시위 1000회를 기념해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로써 22일째, 이곳 평화로에 앉아 있습니다.
한겨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목도리를 둘러주었고,
누군가는 나를 위해 덧신을 신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나를 위해 꽃다발을 주고 갔고,
누군가는 나를 위해 복주머니에 담은 새해 용돈을 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대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또는 스스로의 두 발로 내 곁으로 와
나와 함께 해주기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나는 아주 잠시 이곳에 있었지만
만 20년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수요일 이곳에 나온 ‘나’도 있습니다.
나는 오래전 전쟁 중 성노예로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더러운 여자’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오해
수치심과 모멸감
세상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 수조차 없이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괜찮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시간도, 괜찮습니다.
그대들이 2012년에도 계속 내 옆에 나와 줄 것을 알기에, 나는 괜찮습니다.
그 누군가는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들이 ‘미안하다’는 단 한 마디만 해준다면
나는 괜찮습니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한겨울 추위도,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도···
나는 그들이 ‘미안하다’ 한 마디만 해준다면 괜찮습니다.
나는 오늘도 ‘용서’하기 위해 평화로 앞에 앉아 있습니다.
* 이 글은 ‘평화비’ 소녀를 화자(話者)로 하여 1003번째 수요집회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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