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쉐퉁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장 기자 간담회
“동북아시아, 향후 평화기 찾아올 것”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교수는 4월22일 별도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서방 전문가와는 전혀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수의 서방 전문가들이 “최근 동북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신 냉전기에 들어갔다”거나 “향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미국과 중국의 세력 균형이 이루어져 향후 10년~20년 간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옌 교수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다년간 비교 연구한 결과 “두 차례의 대규모 전쟁이 있었던 유럽에 비해 동아시아는 최소한 냉전기의 유럽지역에 비해 훨씬 더 평화로운 지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남중국해상 댜오위다오 섬(센카쿠 열도)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분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중견국들이 평화롭게 경쟁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옌 교수는 “중국과 미국이 이 지역에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어 동아시아는 매우 안정돼(most stable)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정세 예측을 담은 책 ‘역사의 반성’을 작년 출간했다고 소개했다.
옌 교수는 “유럽에는 매우 강력한 나토(NATO)가 있어서 코소보 분쟁 등 크고 작은 분쟁이 있었지만, 동아시아에는 5년 임기의 중국 지도부가 정치적 안정기에 들어간 데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도 예측가능한 만큼 양국은 이 지역에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시아 지역이 전쟁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기보다는 냉전시의 유럽보다 오히려 더 평화스럽다고 진단했다.
질의응답 중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지역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옌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김정은은 어떠한 보상을 하더라도 좀처럼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에 대해 옌 교수는 “6자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 6자 회담은 최소한 북한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었다”고 효과를 평가했다.
“중국은 북한은 물론 남한도 통제할 수 없다”
옌 교수에 의하면, 세계 여러 나라는 경제적 사정이 나쁠 때 핵무기를 개발했고, 주로 정치적 고려에서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민주화되면서 핵을 포기했고,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연방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핵을 포기했다. 이 처럼 핵무기 보유 및 포기는 주로 정치적 이유에서 내리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목적으로 핵개발을 한 북한은 왠만해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왜 중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느나”는 질문에 대해 옌 교수는 “중국과 북한은 최근 2년반 정상회담 한 번 하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의 교류는 과거에 비해 점차 약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문화교류라도 있었으나 이것도 점차 양화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10년쯤 후에는 양국 관계가 상당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경우 이것이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무리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이것에 의지해 전쟁을 도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옌 교수는 “중국과 북한의 양자간 정치적 교류가 약화되는데 어떻게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동시에 한중 정상회담이 한 해에 2~3차례 정도로 빈번하게 열렸지만,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은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옌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에 대해 특히 비판적이었다. 옌 교수에 의하면, 아베는 집단자위권에 관련된 일본 헌법 9조를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아시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옌 교수는 아베에 대해 “그릇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의 정치인 150여명이 4월 21일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행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들은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시아 정세를 보는 옌 교수의 시각은 기존의 서방 전문가와는 매우 달랐다. 기자는 옌 교수의 간담회를 보고 중국이 G2중 한 나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학자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느꼈다. CCTV(중국어 또는 영어)의 보도를 보면 수시로 “서방매체와는 ‘다른 목소리(different voice)’를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강력한 국가로 떠오름에 따라 중국 학자 및 미디어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조만간 중국의 경제가 미국을 제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만큼 우리는 중국의 움직임을 특히 눈여겨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