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운동선수는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대학생 운동선수는 학생이나 노동자 중 어느 신분에 속하는가? 미국 대학 스포츠계가 갑작스레 학생 운동선수 신분 논쟁에 휩싸였다. 시카고의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 풋볼팀 선수들이 1월 시카고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설립 청원을 내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3월말 노동위원회가 “노조 결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격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생선수 노동자’ 찬성론자들은 대학 운동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할 역사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지만, 학교 당국은 “적절치 않다”며 몹시 불쾌한 표정이다. 일부에서는 “말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원운동을 주도한 노스웨스턴대 풋볼팀의 졸업반 케인 콜터는 “대학 운동선수들에게도 자신의 신체, 학업, 재정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치의 통제 아래 주당 50시간에 이르는 강도높은 훈련을 받고, 충돌로 인한 뇌충격 등으로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거나 “각종 경기 출전으로 대학 재정에 많이 기여하지만 장학금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지도 못한다”는 등 주장을 편다. 선수들은 노조가 만들어지면 단체협약을 통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풋볼은 미국 대학스포츠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미국의 대학 풋볼팀은 지역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린다. 운동장은 기본적으로 수만명을 수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미국 대학스포츠협의회(NCAA)는 지역별 리그의 중계권을 파는 등 풋볼 마케팅으로 큰 돈을 벌어 들인다. 대학이 스타 풋볼 선수를 배출할 경우 엄청난 유무형의 효과가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올해 대학 풋볼 최고의 상인 하이스먼 트로피를 받은 텍사스A&M 대학의 쿼터백 조니 만시엘 사례를 들며, 그가 전국 스타로 뜬 2012년과 2013년 사이 학교 기부금은 3억달러 늘어 7억4천만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 기부금 사상 최대액이다. 하이스먼 트로피를 받기까지 올해 두 달 동안 만시엘이 보여준 활약으로 팀의 노출 효과는 3,700만달러라는 분석도 나왔다. 3년간 장학금 12만달러를 지출했던 대학으로서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이것이 바로 노조운동을 전개한 노스웨스턴대학의 케인 콜터가 “NCAA에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돈을 챙기지만 정작 선수들은 후유증으로 인한 의료비용을 본인이 지출해야 한다. 장학금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발끈한 배경이다.

하지만 실제 노조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려면 워싱턴의 노동관계위원회 본부, 연방 노동관계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보수적인 대법관들이 ‘임금과 비슷한 장학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선수 노조를 인정할지도 불확실하다. 메이저 풋볼팀들은 주로 주립대학에 소속돼 있는데 이번 결정은 사립대학에만 해당한다.

선수노조가 만들어질 경우 학생 운동선수한테 돌아올 불이익도 있다. 연간 4만달러의 장학금이 수입 항목으로 잡히면서 국세청에 고액의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여성 학생 운동선수의 경우 현재 타이틀 9 조항으로 남자와 차별없이 운동을 할 수 있는 혜택을 보지만, 남자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될 경우 성평등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학교당국은 “운동선수들이 제기한 건강과 학업에 관한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진중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어 노스웨스턴대 풋볼 선수들의 요구는 노조 결성이 아닌 한 일정한 수준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반면 농구 등 NCAA의 다른 인기 종목 선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대학 스포츠의 인기가 높지 않고 지도자의 입김이 워낙 센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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