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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불청치우'(不請之友) 홍사성…”우산을 같이 쓰면 세상이 바뀐다”‘
전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손가방을 머리에 이고 빠르게 걸어가는데 ‘아저씨 같이 쓰고 가요’ 하면서 누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힐끗 쳐다보니 앳된 처녀가 활짝 웃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친구가 되어준 천사같은 그녀! 목소리는 어찌 그리 맑고 얼굴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세상이 엉망이라고 늘 혀를 차던 나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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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러면 좋겠네’
내일은 날이 환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내일은 눈이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눈 온 뒤 더 눈부신 날을 생각한다. 동쪽으로 가서 해돋이를 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서쪽으로 가서 붉게 타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해넘이가 눈부시면 해돋이가 더 장관일 거라고 생각한다. 봄이 오는 바다를 보았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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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너가 생각나’ 김영관
가끔 멍하니 있다 보면 가끔식 너가 떠올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보고싶다 가끔 바쁘게 움직이다 힘들어 잠시 쉬려고 자리에 앉으면 뜬금없는 너 생각에 다시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보고싶다 그냥 음식을 먹다가도 그냥 거리을 걷다가도 그냥 운동을 하다가도 그냥 너 생각나 한동안 그 생각을 붙잡고 너의 얼굴을 그려본다 다시 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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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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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선규의 시선] 춤추는 하루살이
아름답다. 질서 정연하다. 해질녘 하루살이가 일제히 춤을 춘다. 말을 걸어온다. 하루를 살지언정 이 순간을 즐기라고 축제처럼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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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한사랑’…”내가 나비였을 때 당신은 꽃이었지요”
내가 나비였을 때 당신은 꽃이었지요 내가 꽃이었을 때 어느새 당신은 나비가 되었고요 내가 메마른 흙이었을 때 당신은 촉촉한 비되어 오셨습니다 내가 산이었을 때 당신은 그 산을 비추는 고요한 호수였지요 긴 날 먼 길 걸어 지친 다리 끌며 돌아왔을 때 당신은 저문 밤길 밝히는 따스한 등불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당신은 그렇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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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김민환 40년 은사님 소설 ‘등대’ 안 읽었으면…”
스승은 제자를 강의로만 깨우는 것이 아니다. 너털웃음으로도, 헛기침으로도 걸어가는 뒷모습으로도 몽매한 제자를 깨운다. 그러나 들을 귀가 있는 제자만이 깨어난다. 나는 김민환 교수님에게 들을 귀가 없는 제자였다. 그래서 소설 등대를 읽으며, 나같은 몽매한 제자조차도 알아들을 수 밖에 없이 쓰신 인자와 자비를 느꼈다. 몇달 전에 교수님께서 장자에 나오는 聽之以氣(청지이기)라는 글씨를 손수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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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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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삼수갑산’ 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 어디메냐 오고나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예로구나. 삼수갑산 어디메냐, 내가 오고 내 못 가네 불귀(不歸)로다 내 고향을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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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눈물로 젖은’ 이병철
네 안에 슬픔의 샘이 있어 세상에 마르지 않는 강이 있다 세상에 소리 없이 흐느끼는 강이 흘러 내 안에도 일렁이는 슬픔이 있다 네 뺨에 흐르던 눈물 한 방울이 마른 내 가슴을 적시듯 슬픔이 샘솟아 강으로 흐르고 슬픔으로 흐르는 강이 마른 대지를 적신다.. 세상의 꽃들 모두 서럽도록 눈부신 것은 눈부시게 피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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