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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마른 국화 몇 잎’ 황동규
다 가버리고, 남았구나 손바닥에 오른 마른 국화 몇 잎. 짧은 가을이 갔다. 떨어진 나뭇잎들 땅에 몸 문지르다 가고 흰머리 날리며 언덕까지 따라오던 억새들도 갔다. 그대도 가고 그대 있던 자리에 곧 지워질 가벼운 나비 날갯짓처럼 마른 국화꽃 내음이 남았다. 우리 체온이 어디론가 가지 못하고 끝물 안개처럼 떠도는 골목길에 또 잘못 들어섰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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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늦가을 문답’ 임영조
그 동안 참 열심히들 살았다 나무들은 마지막 패를 던지듯 벌겋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군다 한평생 머리채를 휘둘리던 풀잎도 가을볕에 색 바랜 몸을 뉘고 편하다 억척스레 살아온 저마다의 무게를 땅 위에 반납하는 가벼움이다 가벼워진 자만이 업을 완성하리라 허나, 깨끗하게 늙기가 말처럼 쉬운가 아하! 무릎 칠 때는 이미 늦가을 억새꽃이 절레절레 제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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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조금은 아픈’ ? 김용택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이 이는 풀잎을 보라. 노을 붉은 서쪽으로 날아가는 새떼들 중에서 제일 끝에 나는 새가 나다. 소식은 그렇게 살아 있는 문자로 전한다. 새들이 물가에 내려 서성이다가 날아올라 네 눈썹 끝으로 걸어가며 울 것이다. ? 애타는 것들은 그렇게 가을 이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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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텅빈 우정’ 심보선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손으로 쓰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손이 무한정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우연에 대하여 먼 훗날 더 먼 훗날을 문득 떠올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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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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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시와 음악] ‘갈꽃’ 김지하
싸늘한 듯 살가운 가을풀 냄새 이리 돌아오는 옛 마을 코끝에 또 가슴속에 갈꽃 하나 흔들려 나 지금 거리에서 버티고 모멸에도 미소짓고 술 취한 밤 파김치 발길이 집 찾아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것은 갈꽃 하나 내 아내 마음의 틈 이 가을 숨쉬는 일 모두 다 아아 귀향! – 김지하(1941~2022) 시집, ‘花開’,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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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벼’ 이성부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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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책] 나는 왜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을 썼는가?···저자 김충남 “6.25 이래 최악의 안보위기”
6.25 이래 최악의 안보위기다. 그런데 우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처럼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 김정은이 설마 동족을 향해 핵을 쏘겠는가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한은 여러번 우리 뒷통수를 쳤다. 단기적 접근으로는 안보를 그르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 합리적이었던 것이 장기적으로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역대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을 평가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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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명숙의 시와 음악] 아버지와 어머니
작은 가방을 들고 자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노신사를 보며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막내가 첫 월급을 타서 사드린 가방에 문고판 책 한 권과 디카를 넣고 다니는 아버지는 당신의 세상을 찍어 저장했다 인터넷 속 위성지도로 태어난 고향집 근처를 찾아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날마다 아버지의 새로운 세상처럼 말씀하셨다 친구 문병 갔던 병원의 암병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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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황숙黃熟’ 홍사성
가을이 물든 들판에 나갔더니 누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뻣뻣한 것들도 더러 보였는데 거의가 쭉정이거나 덜 익은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어떤지 잠시 돌아봤더니 아직은 좀더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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