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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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졸업식 노래’ 윤석중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하며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배우고 얼른자라서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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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김대중’ 정희성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나는 전쟁 통에도 불타지 않은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그대의 마지막 부음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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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300년’ 박노해 “이 나이가 되도록 집도 없이 떠다니는 나는”
이삿짐을 꾸리다 슬퍼지는 마음 언제까지 이렇게 떠다녀야 하나 반지하 월세방에서 전셋집으로 재개발로 뉴타운으로 떠밀리며 짐더미에 앉아 짬뽕 국물을 마시다 보니 문득 사라져버린 고향 집 생각이 난다 300년생 굵은 소나무 기둥을 세워 향내 나는 새집을 짓고 난 아버지가 마을 뒷산 할머니 묘터 곁에다 어린 금강송 열두 그루를 심으며 평아, 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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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연’ 박권숙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시가 찾아오기를 백년 쯤 기다리다 학이 되어버린 내가 긴 목을 뽑았을 때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 감상노트 얼레에서 멀어질수록 연줄은 길게 늘어지고 그 연(鳶)과 바람 사이로 겨울새도 지나갔으리. 연을 날리는 사람이나 바람 타는 연을 바라보는 행인의 눈길이나 어디 걸리지 말고 하늘 아득히 날기를 바랐으리. 학처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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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입춘 부근’ 홍사성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 생바람 지나가는 풍경 차갑다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 침묵의 시간 물소리도 오그라든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참고 더 기다려야 한다는 듯 햇살 쏟아지는 한낮 지붕 위 헌눈 녹는 소리 가볍다 빈 들판 헛기침하며 건너오는 당신 반가워 문열어보니 방금 도착한 편지처럼 찬바람도 봄이다 애 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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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첫눈’ 구애영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죽교리골 외갓집 막 태어난 소를 봅니다 고물고물 그 붉은 살 어미 소가 핥아줍니다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 감상노트 이런 외갓집 있으면 좋겠다. 갓 낳은 송아지를 본다는 게 행운인 걸 아이는 알았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끼를 핥아주며 근심스레 바라보는 어미 소의 눈. 쇠죽을 쑤며 소잔등을 쓰다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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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김성환’ 유홍준 “고바우 영감의 촌철살인, 정문일침”
머리카락이 한 올 뿐인 사람이 있었네 한 올뿐인 머리카락은 시대를 읽는 안테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가 혼쭐이 나고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과 불법과 변칙이 야단을 맞았네 눈 밝은 우리 동네 고바우 영감 의 촌철살인, 정문일침 아침마다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펼치고 우리는 고바우 영감부터 찾았네 한 올뿐인 머리카락은 세상을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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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그렇게 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박노해 “긴 침묵 속에 천천히 비틀비틀”
시가 흐르지 않는 것은 상대하지도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성스럽지 않은 것은 다가서지도 않았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도 노동도 혁명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힘들어도 詩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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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숲’ 조오현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 # 감상노트 숲은 무얼까. 산은 무얼까. 산에 가면 산은 없고 돌과 흙, 나무와 새, 벌레와 풀 그리고 이름 몰라 불러주지 못한 온갖 유정 무정이 모여 산다. 끌어안고 버팅기고 밀뜨리고 기대이며 산다. 기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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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빙원행’(氷原行) 이옥진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지나 ”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지나 입춘(春分이 코앞인데 55년만의 2월 한파 알고 보니 북극진동 뜨거운 눈물이 끌고 온 빙원행 썰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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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오누이’ 조오현 “오솔길을 탈래탈래 걸어간다”
어린 오누이가 오솔길을 탈래탈래 걸어간다 이 마을, 잎겨드랑이에 담홍색으로 핀 꽃 같다 이슬이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에 # 감상노트 선화(禪話)라 하였나. 오방색 탱화 같은 짧은 이야기. 어디를 가는 걸까. 힘없이 간들간들. 기쁜 일로 가는 걸까. 탈래탈래 슬픈 일로 가는 걸까. 하얀 저고리 감장 치마. 오라비 뒤를 따라 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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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나무와 새’ 동시영 “흔들리는 동안 나무가 행복했을까 새가 행복했을까”
나무가 새의 그네인가 했더니 날아간 새가 나무의 그네였네 # 감상노트 그네는 무엇으로 존재하나. 흔들려야 그네라네. 누구든 무엇이든 와 닿고서야 흔들리는 인연. 앉을 만한 나뭇가지에 와 숙명처럼 앉은 새. 그 존재와 존재의 스침을 보며 짓고 허무는 단아(端雅)한 사유. 흔들리는 게 그네라면 바람도 나도 그네 아닌가. 흔들리는 동안 나무가 행복했을까 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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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고드름’ 유지영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손시려 발시려 감기 드실라”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세요 낮에는 햇님이 문안 오시고 밤에도 달님이 놀러오시네 고드름 고드름 녹지 말아요 각시님 방안에 바람들면 손시려 발시려 감기 드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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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남루’ 강문신···’홍매’를 기다리는 마음 그대로
북을 쳐봤으면 꽹과릴 쳐봤으면 한이라도 빙글빙글 원이라도 덩실덩실 한 인연 남루를 풀어 여인아 춤을 췄으면 # 감상노트 기울지 않는 마음을 기울이려 하는가. 이 지독한 고뇌가 만든 참담한 시간을 누더기라 했는가. 남루라 했는가. 원한다고 이루어진다면 인생고해라 했을까. 태어나서 괴롭다는 고생이라 했을까. 이 연정(戀情) 이 마음의 고생을 꽹과리 치듯 북을 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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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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