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늘의 시] ‘김대중’ 정희성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나는 전쟁 통에도 불타지 않은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그대의 마지막 부음을 듣는다
둘이 아니라면 하나
하나도 못 된다면 반쪽이지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걸어온 길이 뒤집히는 꼴을 보면서
그대는 기어이 등을 보이는구나
아아 노여움을 품고
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 거지!
누가 와서 내 가슴 쓸어주었으면!
사명대사 동상과 만해 시비(詩碑) 앞에 서서
나라 사랑 못 느낄 자 누구랴마는
나는 별수 없는 떠돌이 시인
그대가 끝까지 귀를 열고 기다렸을
좋은 소식 전해주지 못한 채
고성 외진 바닷가에 이르러
마시던 술을 바다에 쏟아 버린다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 세상에나 가 거듭나시라
● 김대중(1924~2009) 정치가, 전 대통령.
● 정희성 197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저문 강에 삽을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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