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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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⑩] “변호사로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대도’에 대한 1심의 마지막 공판정이었다. 검사가 300쪽에 해당하는 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재범의 가능성’에 대한 증거로 제출했다. 모두가 그가 인간성을 상실한 전형적인 범죄인이라고 판단하는 내용들이다. 당시 시행되던 사회보호법은 위험성이 있는 존재는 아예 사회에서 쫓아내자는 법률이었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범죄자의 두개골 형태를 연구한 학자가 있다. 그는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간은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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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⑨] 국무총리와 도둑,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내가 대도에 대한 재심법정에서 교도소 내의 인권유린을 얘기하고 일부 언론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무렵 메이저 일간지의 독자란에 한 시민의 이름으로 글이 올랐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산다는 김운용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랬다. ‘대도가 수감 중 두 번이나 탈옥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대도는 얼마 전 재판정에서 자신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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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⑧]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30년 전 맡았던 ‘대도 사건’은 나에게 현실사회에 대한 구조적인 인식을 가지게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상적으로 법을 알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무대 뒤에서 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본 것 같다. 정의는 강물같이 흐르지 않는지도 모른다. 악마는 예수에게 이 세상은 자신의 지배하에 있다고 했다. 자기 앞에 무릎을 꿇어야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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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⑦] 장 주네 ‘도둑일기’…”도둑의 시각에서 인간을 보다”

    예전에 탈주범 신창원과 만났을 때였다. 하루는 그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변호사님 저는 도망 다니면서 도둑질을 여러 번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나쁜 짓을 하면 사람이 양심이 아파야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왜 그렇죠?” 묻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왜 아무렇지도 않을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소매치기 영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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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⑥] 숯불지기 청년의 외침과 시인 한하운

    내가 대도라고 불린 절도범 사건의 재심을 신청했을 무렵이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법조인들이 모여 청계산을 등반한 후 산밑의 고깃집에서 회식이 있었다. 그 자리는 현직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의 친목 모임이기도 했다. 그 무렵 신문에 이런 기사가 왔다. “대도라 불리우는 그는 고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이미 동네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먹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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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⑤] “아, 방송시간이 다 됐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30년 전 ‘대도’라는 절도범의 재판을 할 때였다. 어느 날 아침 ‘뛰어라 새벽’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해서 한 말씀 여쭤보려고 하는데 허락해 주시죠. 교도소 내 인권 실태나 변호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한 3분 정도 간단히 물으려고 합니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내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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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어머니 고마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살인을 저지른 영화감독을 변호한 적이 있다. 그를 보면서 인간이 이렇게까지 파멸할 수 있나 하고 경악했다. 유복한 집안의 외아들이던 그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힌 속칭 끼 있는 감독이었다. 그가 만든 광고 카피가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꿈은 천만 관객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잘 나가던 그에게 갑자기 먹구름이 끼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망상증세가 생기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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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나는 공명심에 들떠 이러고 있나?”

    30여년 전의 그 사건이 요즈음 마음속으로 쳐들어왔다. 법정에서 교도소 인권 문제를 꺼냈다가 나는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 있었다. 이왕 버린 몸이라고 생각하고 기자들에게 한 사람이 교도관들에게 맞아 죽은 사실을 얘기했다.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날 밤 사무실 책상 위의 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킬 때 쯤이었다. 적막한 허공 위로 전화벨이 울려 퍼졌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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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④]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법정에서 교도소 내의 가혹행위를 폭로하자 MBC는 특집을 만들어 즉각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러나 언론마다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았다. SBS의 저녁 텔레비전 뉴스가 있었다. 내가 맡은 사건이 뉴스의 제목으로 나타나면서 앵커 멘트가 이렇게 시작됐다. “세월이 이상하니까 도둑놈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전신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보도의 핵심이 인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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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존엄사법…”편안하고 의연하게 죽을 권리”

    국회에 계류되었던 존엄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존엄사의 선택은 철저히 본인의 자유다. 의사나 가족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신청을 했어도 언제든지 그 뜻을 철회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 죽지 못하고 온몸에 주렁주렁 줄을 매달고 병원에서 고통을 받다가 외롭게 죽어갔다. 어차피 살지 못할 것이라면 편안하고 의연하게 죽을 권리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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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②]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나는 참담했다. 재판장의 차디차게 비웃는 미소가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떠돌아다녔다. 신문과 방송은 나를 공명심에 들뜬 별 볼 일 없는 변호사라고 비난했다. 세상은 진영논리로 나를 평가하기도 했다. 재벌의 아들인 고교동기 한 명이 나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주위 고교동기 몇 명한테서 들었는데 네 사상이 이상한 것 같더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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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③] 국가는 죄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다?

    나는 광화문의 조선일보 건물 5층으로 올라갔다. 시사잡지 <월간조선> 사무실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구석의 책상 앞에서 백발의 편집장 조갑제씨가 돋보기를 쓰고 원고를 보고 있었다.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다. “물방울 다이어먼드를 훔친 대도라고 알고 계세요?” 내가 그의 책상 앞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기억하죠. 워낙 사건이 많은 요즈음에야 별 사건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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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교도소의 천사들과 악마들

    나는 변호사를 하면서 40년 가까이 감옥을 드나들었다. 30~40년 전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오후 늦게 접견을 끝내고 돌아올 때쯤 교도소 안 식당에서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면 식욕이 동했다. 교도관 식당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죄수들이 만든 밥과 반찬이다. 교도관들의 넉넉한 인심이었다. 어느 사회나 밀과 가라지같은 인간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교도관이란 직업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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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국정원장의 눈물

    서울 서초동 네거리에 북의 김정은 환영단을 모집한다는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출근하는 대법원장 승용차를 향해 화염병을 던진 기사가 나오고 창원에서는 민주노총에게 엊어 맞아 떡이 된 기업체 임원 사진이 사회면 구석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기업체 사장은 맞아도 되나 보다. 신고 받은 경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현직 국정원장이 남북한 사이를 열심히 왕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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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이민자의 슬픔

    실버타운에서 만났던 노부부가 바닷가 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50년의 이민 생활을 청산하고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듯이 고국으로 온 것이다. 젊은 날 미국영화를 많이 본 부인은 화면 속 같이 파티에 가야 하는 줄 알고 파티복을 가방에 넣고 이민을 갔다가 공장에서 죽도록 노동만 했다고 했다. 한평생 다 저물고 부인은 검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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