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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22] 언론에 뜨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로…
아직 젊던 40대 시절 나는 대도사건을 처리하면서 언론의 속성을 조금은 알아차렸다. 감옥 안의 학대와 죽음을 고발해도 일부의 따뜻한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얼음처럼 찼다. 그들은 세상의 폭우를 흠뻑 맞은 나와 대도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거지와 도둑’으로 살아온 대도는 다른 우주에 살던 외계인이었다. 그는 도덕과 상식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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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21] 언론은 그에게 스타 연기자가 되기를 바랬다
“세상이 감옥보다 나을 게 없네” 이른 아침 창가의 책상에 앉아 30년 전 대도의 선고법정 광경을 떠올리고 있다. 판사들은 법의 그물 속에 있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인간쓰레기통인 감옥에 던져 버릴 수 있다. 아니면 동정하고 다시 한번 살아보라고 사회의 바다속으로 들어가게 할 수도 있었다. 법논리는 그냥 형식일 뿐이다. 중요한 건 판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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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20]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오랫동안 판사로 재판을 해 온 한 법원장과 검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법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재판을 하다 보면 인간이 선한 건지, 악한 건지 정말 모르겠어. 참회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도 아직 모르겠어.” 같이 있던 검사장이 그 말에 동조하면서 덧붙였다. “사형집행을 지휘하러 구치소에 갔었죠. 목에 밧줄이 걸리는 순간까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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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19]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대도 사건을 통해 나는 두 계층의 분노를 보았다. 하나는 서민의 분노이고 또 하나는 권력층의 분노였다. 어느 날 법정 앞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그냥 파주에 사는 시민입니다. 대도 재판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지난번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이의 청문회 때도 직접 가서 봤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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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18] “그에게 도둑질은 쥐 같은 생존방법이었다”
30년 전 대도 사건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며칠 앞둔 오후. 나는 대도와 감옥 안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감옥의 창문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의 불빛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대도에게서 어린 시절 낡은 적산가옥인 우리 집에서 본 한마리의 쥐가 연상이 됐다. 쥐는 시도 때도 없이 부엌 찬장에 숨어들어와 훔쳐먹었다. 쥐는 방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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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17]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30년 전 대도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광경이 떠오른다. 내가 신청한 증인들이 마지못해 법정에 나왔다. 첫번째로 그 15년 전 대도를 체포했던 홍 형사가 증언석에 앉았다. 내가 물었다. “형사로서 보았던 대도는 어땠습니까?” “강한 체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대담한 범행을 하는 도둑이었죠. 부잣집만 노린 철저한 단독범행이죠.” “범행 수법상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렇게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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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16] 도둑계의 전설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 되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 역시 비슷한 게 아닐까. 내가 변론을 맡았던 대도의 경우는 재판의 쟁점은 ‘재범의 가능성’이었다. 변호사를 하다 보니 수많은 음지의 사람들을 알게 됐다. 보석 분야에서 최고의 장물아비인 정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대도가 가져오는 장물을 처리했던 정은 이따금씩 나의 사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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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⑮] 기자와 변호사가 짜고 친다면?
기자나 작가 그리고 변호사는 남의 말을 듣고 그것을 조립해 글을 만드는 직업이다. 살해되어 매장된 사람의 형제가 찾아왔었다. 죽음을 목격한 옆 감방 사람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같은 감옥에 있던 대도의 말을 듣기도 했다. 나의 머리 속에는 점점 이런 그림이 구체화 되고 있었다. 1984년 10월 12일 오후 6시. 청송교도소 7사동에 어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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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⑭] 1984년 10월 청송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1995년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0~50대쯤의 남자 세 명이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빗방울이 묻어 눅눅하고 구겨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말했다. “저희는 교도소 안에서 맞아 죽은 박영두의 형제입니다.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그들에게 소파를 권해서 앉게 했다. 맏형이라는 사람이 대표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통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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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⑬] 30년전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
나는 요즈음 30년 전 변호사로서 경험한 일을 쓰고 있다. 세월의 먼 저쪽으로 갔는데도 아직 기억이 선명하다. 내게 ‘대도’ 사건은 상습 절도범을 봐달라는 단순한 게 아니었다. 사건마다 그 본질과 던져주는 의미가 숨어있다. 인간이 무엇인지. 죄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가 사실로서 그 속에 들어있다고 할까. 높은 담장 뒤의 그늘에 숨겨져 있던 그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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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⑫] “뭔가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요즈음 바둑을 복기하듯 변호사로서 지난 사건들을 돌이켜 본다. 칠십 고개를 넘으면서 밥벌이를 끝냈다. 그 지겨움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돈이라는 미끼에 아가미를 꿴 물고기 신세가 아니다. 업자가 공무원에게 청탁하듯 이제는 판사에게 잘 봐 달라고 사정하는 을의 입장이 아니다. 나는 서울 생활을 청산했다. 불필요한 모임이나 관계들을 청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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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⑪] 부자와 권력자의 비밀금고
“그가 도둑질은 해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신문사를 찾아다니며 여론의 불씨를 일으키려고 애썼다. <한겨레신문>에서 이런 사설이 나왔다. ‘대도가 다시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1983년 잡힐 당시 공소사실은 별 게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훔친 보석만 마대로 두 포대, 수백억원 어치에 이른다는 것이다. 범죄사실을 부풀리는데 익숙한 수사기관이 오히려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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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⑩] “변호사로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대도’에 대한 1심의 마지막 공판정이었다. 검사가 300쪽에 해당하는 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재범의 가능성’에 대한 증거로 제출했다. 모두가 그가 인간성을 상실한 전형적인 범죄인이라고 판단하는 내용들이다. 당시 시행되던 사회보호법은 위험성이 있는 존재는 아예 사회에서 쫓아내자는 법률이었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범죄자의 두개골 형태를 연구한 학자가 있다. 그는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간은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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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⑨] 국무총리와 도둑,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내가 대도에 대한 재심법정에서 교도소 내의 인권유린을 얘기하고 일부 언론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무렵 메이저 일간지의 독자란에 한 시민의 이름으로 글이 올랐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산다는 김운용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랬다. ‘대도가 수감 중 두 번이나 탈옥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대도는 얼마 전 재판정에서 자신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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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⑧]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30년 전 맡았던 ‘대도 사건’은 나에게 현실사회에 대한 구조적인 인식을 가지게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상적으로 법을 알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무대 뒤에서 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본 것 같다. 정의는 강물같이 흐르지 않는지도 모른다. 악마는 예수에게 이 세상은 자신의 지배하에 있다고 했다. 자기 앞에 무릎을 꿇어야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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