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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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9] “일본의 세콤 테스트 위해 들어갔다”는 말에 나는 절망감이 들었다

    바닷가 나의 집으로 오후 늦게 예쁜 꼬마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변호사인 사위와 친구인 변호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온 것이다. 적막했던 집에 열한 살, 열 살, 여섯 살 세 꼬마들의 새같이 짹짹거리는 투명한 소리가 가득 찼다. “할아버지 라면 좀 끓여주세요. 배고파요” 손자가 나를 보고 졸랐다. 나는 찾아온 손님들을 데리고 근처 중국음식점으로 가서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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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8] 일본 원정 절도 갔다 잡혀…능숙한 연기와 거짓말

    장물아비와 부인 둘 중 누가 거짓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햇빛이 좋은 창가에 의자를 하나 놓았다. 내 방의 구석에는 뿔 모양의 작은 종유석 조각이 있다. 대도와 오랫동안 거래를 했던 남자가 내게 선물을 한 것이다. 그는 대도가 훔친 보석을 처리하던 장물아비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그가 대도편을 들어주고 그를 끝까지 위해주는 유일한 친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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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7] 방송이 만든 가면들…김호중은 지금 무슨 생각할까?

    요즈음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운전 뺑소니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변호사 시각에서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심하게 비난받는 본질이 뭘까. 위선과 언론이 만들어 허상이 벗겨지니까 그런 건 아닐까. 요즈음 인터넷을 보면 ‘개통령의 갑질’이라는 뉴스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유명한 개 조련사가 등장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덤벼드는 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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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대도 조세형26] “나는 세상을 속인 사기범이 돼가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얼마 전에 간을 이식받았다. 아마도 죽음의 강을 건너는 임종 연습을 한 것 같았다고 할까. “나 수술하고 나니까 너한테 선물을 하고 싶어졌어. 언제 서울 올 거야?” 그의 마음이 변한 것 같다. 나를 그를 스쿠리지 영감이라고 놀렸었다. 그는 강남에 빌딩들과 거액의 주식을 가진 부자다. 그런데도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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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5] 빨간치마 여자의 정체는?

    변호사인 나는 사건을 통해서 인간을 보고 세상을 배워왔다. 사회의 양면성을 보았다. 대도가 감옥에서 짐승같이 지낼 때는 외면하던 전국의 교회에서 그를 경쟁적으로 초청했다. 대도는 단번에 신도들이 열광하는 기독교계의 일타강사가 됐다. 그는 불어오는 세상의 강한 바람을 받고 날개를 활짝 편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초청한 교회가 그의 말씀을 들으려면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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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4] 종교팔이 장사꾼

    7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무심히 내뱉은 말에 묶여 고생한 적이 많다. 즉흥적으로 큰소리를 치고 뒷감당을 못해 절절 매는 것이다. 사정이 변했다면서 그 말을 거두어드리면 될 텐데 알량한 체면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성격이다. 아내는 그런 나를 한심해 하면서 ‘자기 의(義)에 묶여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극히 소심하다고 할까. 30년전 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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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3]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평생 요즘처럼 마음의 평화를 누려본 적이 거의 없었다. 숲에서 벗어나야 숲이 보이듯 세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니까 살아왔던 세상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최근 30년 전 내가 맡았던 대도사건을 되새김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노년의 일상을 글로 채운다. 세월은 나의 시각도, 마음의 프리즘도 바꾸어 놓았다. 변호사가 아닌 보통의 한 노인 시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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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2] 언론에 뜨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로…

    아직 젊던 40대 시절 나는 대도사건을 처리하면서 언론의 속성을 조금은 알아차렸다. 감옥 안의 학대와 죽음을 고발해도 일부의 따뜻한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얼음처럼 찼다. 그들은 세상의 폭우를 흠뻑 맞은 나와 대도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거지와 도둑’으로 살아온 대도는 다른 우주에 살던 외계인이었다. 그는 도덕과 상식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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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1] 언론은 그에게 스타 연기자가 되기를 바랬다

    “세상이 감옥보다 나을 게 없네” 이른 아침 창가의 책상에 앉아 30년 전 대도의 선고법정 광경을 떠올리고 있다. 판사들은 법의 그물 속에 있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인간쓰레기통인 감옥에 던져 버릴 수 있다. 아니면 동정하고 다시 한번 살아보라고 사회의 바다속으로 들어가게 할 수도 있었다. 법논리는 그냥 형식일 뿐이다. 중요한 건 판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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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20]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오랫동안 판사로 재판을 해 온 한 법원장과 검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법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재판을 하다 보면 인간이 선한 건지, 악한 건지 정말 모르겠어. 참회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도 아직 모르겠어.” 같이 있던 검사장이 그 말에 동조하면서 덧붙였다. “사형집행을 지휘하러 구치소에 갔었죠. 목에 밧줄이 걸리는 순간까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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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19]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대도 사건을 통해 나는 두 계층의 분노를 보았다. 하나는 서민의 분노이고 또 하나는 권력층의 분노였다. 어느 날 법정 앞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그냥 파주에 사는 시민입니다. 대도 재판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지난번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이의 청문회 때도 직접 가서 봤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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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18] “그에게 도둑질은 쥐 같은 생존방법이었다”

    30년 전 대도 사건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며칠 앞둔 오후. 나는 대도와 감옥 안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감옥의 창문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의 불빛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대도에게서 어린 시절 낡은 적산가옥인 우리 집에서 본 한마리의 쥐가 연상이 됐다. 쥐는 시도 때도 없이 부엌 찬장에 숨어들어와 훔쳐먹었다. 쥐는 방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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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17]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30년 전 대도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광경이 떠오른다. 내가 신청한 증인들이 마지못해 법정에 나왔다. 첫번째로 그 15년 전 대도를 체포했던 홍 형사가 증언석에 앉았다. 내가 물었다. “형사로서 보았던 대도는 어땠습니까?” “강한 체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대담한 범행을 하는 도둑이었죠. 부잣집만 노린 철저한 단독범행이죠.” “범행 수법상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렇게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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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16] 도둑계의 전설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 되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 역시 비슷한 게 아닐까. 내가 변론을 맡았던 대도의 경우는 재판의 쟁점은 ‘재범의 가능성’이었다. 변호사를 하다 보니 수많은 음지의 사람들을 알게 됐다. 보석 분야에서 최고의 장물아비인 정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대도가 가져오는 장물을 처리했던 정은 이따금씩 나의 사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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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⑮] 기자와 변호사가 짜고 친다면?

    기자나 작가 그리고 변호사는 남의 말을 듣고 그것을 조립해 글을 만드는 직업이다. 살해되어 매장된 사람의 형제가 찾아왔었다. 죽음을 목격한 옆 감방 사람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같은 감옥에 있던 대도의 말을 듣기도 했다. 나의 머리 속에는 점점 이런 그림이 구체화 되고 있었다. 1984년 10월 12일 오후 6시. 청송교도소 7사동에 어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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