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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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영등포교도소 강도범 지금 어디서 무엇을?

    “강도를 강도라고 해주신 말씀 감사했습니다”…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는데. 오래 전 서울 오류동 도로변에 있는 영등포교도소에서였다. 메마른 금속음이 들리는 녹슨 철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우중충한 장방형의 낡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었다. 입구 광장의 왼쪽 끝에 축사 같은 길다란 건물이 스산한 느낌을 풍기면서 웅크리고 있었다. 늙은 교도관 한명이 담당하는 변호인 접견실이었다. 나는 흉악범인 강도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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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 조세형①] 그를 재판한 판·검사들 지금은 미안해 할까?

    변호사인 나의 뇌리에는 잊혀지지 않는 재판 장면들이 포개져있다. 대도라고 불리던 상습 절도범에 대한 재심의 두번째 공판이었다. 첫 공판에서 그의 입을 통해 그가 겪은 가혹행위를 말하게 했다. 죄를 지었으면 징역을 살면 됐지 거기다 덤으로 개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나는 그의 입을 열었고 국가는 그의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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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벚꽃 따라 사라져간 친구 ‘장 판사’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는 스산한 겨울 풍경을 담고 굽이굽이 휘어지는 산길을 달렸다. 차창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강이 보였고 서걱대는 마른 갈대가 지나가기도 했다. 장과 내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변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마을 입구의 작은 가게의 알전구만이 주변의 어둠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장과 나는 가게에 들어가 양초를 사서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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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씨 같은 피해자 막으려면

    오래 전 파리공항에서 서울로 오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릴 때였다.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의 한국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버버리코트 한 벌 입고 가 주시지 않을래요?” 그런 방법으로 밀수를 하는 것 같았다. 작은 이익을 미끼로 아니면 사정을 들어주는 셈 치고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혹시나 옷의 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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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수감 중인 죄수로부터 국가 살인을 얘기 들었다. 그 죄수는 자기의 일처럼 결사적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제가 변호사님을 보고 싶었던 건 석방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감옥에 살라고 해도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잃을 것도,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전 어떻게든 그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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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대도 조세형’과 인권변호사의 만남

    나는 그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공판이 시작됐다. 법대 위에 높이 앉아있는 재판장의 주위에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가 끌려 나와 법정 가운데 놓인 나무의자에 앉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15년간 상자 같은 어두운 방에 갇혀 있다가 세상을 다시 보는 순간이었다. “이봐요, 일어나요.” 재판장이 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뭔가 못마땅한 어조였다. “연령은?” 재판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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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탤런트 송승환씨가 눈이 안 좋다는 기사를 봤다. 시력을 많이 잃었는데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방송일을 계속하고 있다. 주변의 우려에 대해 그는 “안 보여도 형체는 알아볼 수 있다.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한다. 안보이면 열심히 들으면서 하면 된다”고 했다. 대단한 집념이 엿보인다. 성실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에 대한 평가였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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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성숙한 사회의 조건들

    2014년 2월 3일의 일기내용이다. 그날 점심 무렵 나는 광화문 네거리 옛 동아일보 사옥 앞에 서 있었다. 냉기 서린 칼바람이 기온을 영하의 날씨로 끌어내렸다. 허름한 졈퍼에 낡은 털모자와 등산화를 신은 나는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나는 이정훈 기자와의 약속 장소인 옛날 동아일보 사옥으로 들어갔다. 신문사가 옆으로 옮기고 옛 사옥이 까페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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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일흔 넘어 완성된 ‘오랜 꿈’

    동해항의 긴 방파제 위의 작은 등대에서 신비로운 녹색 빛이 반짝이고 있다. 책상 위의 시계가 아침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다. 며칠 전 바닷가 집으로 이사를 왔다. 노년의 ‘마지막 거처’라고 생각하고 정한 자리다. 젊은 날부터 품었던 오랜 꿈이 있었다. 동해안의 바닷가를 따라 한없이 길을 걷는 나그네가 되어 보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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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나이값’과 ‘시대의 어른’

    음식점에서 노인들이 떼로 모여 앉아 고함 지르듯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귀가 안 들리니까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얘기하는 내용도 공허하다. 고집만 남아 자기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참을성 없고 화를 잘 내고 자신만 생각한다. ‘나이값’을 못하는 것 같다. ‘나이값’은 돈이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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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죽을 때 가져갈 책은?

    나는 서울 아파트의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동해 바닷가에 마련한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다. 책장에는 내가 읽고 언젠가 또 읽으려고 선정해서 보물같이 보관한 책들이 들어차 있다. 그 책들을 읽고 진한 감동을 받고 인생의 궤도를 바꾼 것들이다. 이미 몇 차례 책을 기부하고 그중 내게 중요한 것들을 남긴 것이다. 그런데 문득 저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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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들

    가수 송창식씨가 화면에서 벙글거리며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부르던 노래 ‘고래사냥’은 우리세대의 고향 같은 것이었다. 그가 처참했던 젊은 시절을 얘기하고 있었다. “노숙자생활을 했었어요.겨울에 너무 추웠어요. 몸에서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게 싫었죠. 그래서 숨을 아주 천천히 쉬는 연습을 했죠. 그게 노래를 부르는 호흡 훈련으로 아주 좋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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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시편 23장 필사하면서 마음밭을 갈다

    “깍두기공책에 시편 23장을 한번 쓰는 데 천원 주마” 초등학교 4학년인 손자와 계약을 맺었다. 엄지 도장을 찍고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수고하고 받는 돈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상을 심어주려는 할아버지의 의도다. 나는 손자에게 요즈음 내가 시편 23장을 쓰고 있는 공책을 샘플로 보여주면서 덧붙였다. “한 글자 한 글자 할아버지가 쓴 것 같이 정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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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나는 어떻게 크리스찬이 됐을까

    화면 속에서 평론가 김갑수씨가 신랄하게 부패한 교회의 행태들을 질타하고 있었다. 성경의 과학적·역사적 증명의 결여와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영혼이 없는 좀비가 되어 목사를 숭배하는 신도들을 말했다. 그리고 그런 부패를 외면하고 자기만 깨끗하면 되는 것 같이 행동하는 다른 교회와 교인들의 비겁성을 직선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논쟁의 상대방인 고도원씨가 기독교의 역사적 배경과 성경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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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재벌사위가 된 교수의 결혼생활 ‘미궁’

    나는 40년 넘는 기간 결혼생활을 하고 또 변호사로 수많은 이혼소송을 하면서 그들이 금이 가고 깨지는 모습을 보았다.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재벌집 사위로 들어가 후계자가 되는 설정이 더러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신데렐라 같은 신분상승이다. 재벌의 딸은 미모나 학벌 직업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결혼은 어떨까? 예쁜 재벌집 딸과 결혼한 교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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