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백석예술대학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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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레미제라블, 다섯 번의 만남

    연말연시 모임이 있을 때마다 <레미제라블>에 대한 이야기가 한자리를 차지했다. 영화를 봤니 안 봤니, 재미있니 없니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5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완역본을 읽기 시작했다는 이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공군이 패러디했다는 <레밀리터리블>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몫을 한다. 첫 번째 만남 <레미제라블>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동경한국학교 도서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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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메이지시대 영웅 아버지의 ‘자식 사랑’

    월요일 수업을 마치면 오후 7시다. 늦은 귀가길이지만 김 선생이 있어서 항상 즐거웠다. 나이는 나보다 1살 어리지만 박사과정을 먼저 시작한지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과연 공부를 더 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고민하는 나의 손을 ‘확’ 당겨준 사람이다. 당시 어렵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김 선생과 내가 비슷하게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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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우동 한 그릇

    아이들 책을 정리하다가 <우동 한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읽은 적이 있는데, 분명 원제는 <잇파이노 가켓소바(一杯のかけそば, 한 그릇의 메밀국수)>로 기억한다. 역자는 ‘메밀국수’를 왜 ‘우동’이라고 했을까, 이런 작은 의문을 가지면서 손을 잠시 쉬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 아는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것도 아는 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활자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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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물 쓰듯 쓰면 안 되는 물

    내가 만약 직접 집을 짓는다면 일본사람들처럼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다다미방’이 그렇게 좋으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공간은 ‘다다미방’이 아니라 욕실이다. 우리처럼 한 공간에 세면대, 변기, 욕조가 같이 있지 않다. 일본은 대개 화장실과 욕실,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다.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네 집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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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신도의 나라 일본의 정월

    2013년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이맘때가 되면 정월이라고 장식한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한다. 마치 크리스마스 다음날 트리의 불을 끄고 다시 시작하는 하루를 맞기 위해 김빠진 맥주잔을 치우면서 아침상을 준비하는 그런 모양이다. 뭔가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들뜬 마음이 아니라 차분한 가운데 일상을 맞이하는 그런 의례이다. 어쩌면 모든 일의 ‘시작’은 여기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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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연초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신정’은 그냥 하루 쉬는 날에 불과하다. 대치동 학원가는 쉬지 않고, 독서실도 문을 여니 특별한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1월 2일부터 바로 일터로 나가야 하고, 물론 ‘시무식’ 같은 건 하지만 그게 ‘새로이 맞이하는 한해’에 대한 어떤 감동이나 떨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조금은 감정을 잡아보려고 이른 아침에 떡국을 끊이지만, 잠이 부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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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연말

    연하장 우편함에서 여러 장의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보험회사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가 그래도 반가운 것 중 하나다.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고급 전원주택지에서 보낸 ‘초대합니다’ 카드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자동차세, 아파트관리비, 가스비 등등 숫자가 적힌 반갑지 않은 것들뿐이다. 이게 웬일인가. 오늘은 아주 특별한 봉투가 하나 보인다. 직접 손으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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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사할린과의 만남②

    강제 동원된 한인들 일본열도의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가늘고 길게 드러누운 동토의 섬 사할린이 있다. 러시아 연해주 동쪽 끝에 해당한다. 이 섬에는 100여개의 민족이 거주하는데, 러시아인 다음으로 한인이 많다. ‘사할린’이라는 이름은 ‘검은 강으로 들어가는 바위’라는 몽골어에서 유래된 것이란다. 그러니 멀고 먼 사할린 땅에 한인의 조상이 머물기까지 험하디 험한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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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사할린과의 만남①

    사할린 징용자들 헌소 지난 11월 23일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은 “강제노동임금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 한국정부가 이에 대해 일본과 적극적으로 교섭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헌법 소원을 제출했다. 청구인은 국내에 거주하는 사할린 영주귀국자 2500여명(현재 사할린 영주귀국자는 3500명)이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할린으로 끌려가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으나 그 임금을 우편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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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어르신 운전중!

    초보운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초보운전임을 알리는 문구를 달고 비실거리는 차량을 볼 때가 있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차선을 바꾸는데 간혹 재미난 문구에 천천히 뒤를 따르는 일도 있다. ‘초보운전! 당황하면 후진해요’ ‘무한초보! 저도 제가 무서워요~’ ‘아이는 취침중! 엄마는 긴장중!’ ‘R아서 P해라’ 애교스러운 글에서 폭소를 자아내는 글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오대독자! 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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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안철수와 ‘가라샤’

    안철수 대선후보가 사퇴했다고…?!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와 같은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공부를 할 것인가 취업을 할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 커리어우먼으로 남을 것인가’ 인생의 마디마디 무거운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 ‘이 남자와 결혼을 할 것인가 저 남자와 결혼을 할 것인가’ 이런 황홀한 선택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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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나는 지금 교토다

    시치고산(七五三) 나는 지금 교토다. 단풍 절정기이다. 교토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교토다운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기다. 세상은 울긋불긋 많은 이야기를 담지만 시간은 천천히 긴 숨을 내쉬는 11월의 이 도시를 나는 좋아한다. 나직나직 특유의 리듬을 타고 지저귀는 듯 들리는 교토 사투리는 먼 시간 속으로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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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노벨상과 애국심

    일본은 침몰할 것이다. 조만간 도쿄에 엄청난 지진이 온단다. 후지산이 폭발한단다. 이런저런 흉흉한 소문이 들릴 때마다 도쿄에서 멀쩡하게 직장 생활 잘 하고 있는 동생에게 귀국해야 하지 않겠냐고 종용한다. 이런 와중에 야마나카 신야(山中伸?, 1962~)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소식은 ‘일본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것 같았다.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가 일본인 첫 노벨상 수상자로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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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짧음의 미학

    광화문 글판 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을, 세종로를 지나다 교보빌딩에 걸린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이 짧은 글귀가 내걸음을 잡았다. 오후 내내 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스무 자 남짓한 글귀가 나를 가을에 흠뻑 빠지게 했다. 누가 이런 글을? 누가 이런 글을 만들어 가슴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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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여인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에 걸친 전국난세, 천하통일을 꿈꾸는 자들의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일본 여인들의 삶은 또 하나의 일본을 읽게 한다. 오이치 야마오카 소하치(山岡?八)의 소설 <대망>에 등장하는 오이치(お市)는 일본의 여성상으로 많은 한국 남자들의 가슴 속에 잔잔히 기억된다. 오이치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여동생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평생 바라만 보았던 인물이다. 1567년 노부나가가 오우미(近江)와 동맹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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