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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달력’과 ‘문패’ 살펴보니
[아시아엔=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나만의 도쿄> 등 저자] 페이스북에서 누구의 생일이라는 글을 보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면 “내 생일은 음력이랍니다”는 글을 받는다. 이런 일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음력과 양력을 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말부터 양력을 사용하면서 공식행사는 대부분 양력을 사용하지만 설과 추석, 정월대보름, 초파일, 단오 같은 고유의 명절은 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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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답변은 ‘일본사람’처럼
성적, 이의신청 기말고사를 치르고 성적 처리를 하면 바로 여름방학이다. 방학은 학생만 설레는 게 아니다. 선생도 설렌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의 관문이 있다. 학생들 성적을 공개하면 몇몇 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4~5명, 문자나 메일로 연락하는데, 결코 반가운 건 아니다.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메일 첫줄에 ‘이의신청’이라고 당돌하게 접근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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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덧니 사랑
자정이 다 되어서 아들놈이 친구 셋을 데리고 왔다. 편의점 비닐봉지에 맥주가 잔득 담긴 걸 보니 어디서 마시다 술이 모자라 집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다. 이놈들 중에 우리 사윗감도 있을 테니…, 이런 생각하면서 오이를 썰고 소시지에 땅콩까지 한 상 차려서 방으로 가지고 갔다. 마침 속초에서 들고 온 마른오징어도 있어서 고얀 냄새를 피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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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도라이바-상, 아리가토!”
오사카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딸아이가 배워온 일본말은 “도라이바-상 아리가토고자이마스(ドライバさ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드라이버-상 감사합니다)”다. 3박4일 동안 버스를 타고내릴 때마다 이 말을 했으니 입에 붙은 모양이다. 나하고도 아빠하고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이 말을 하고는 까르르 넘어간다. 뜻은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발음이 재미나단다. ‘도라이바-상’은 운전사를 뜻하는 ‘드라이버’에 타인에게 존경을 표하는 접미사 ‘~상’을 붙인 것이니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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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ASP, ‘일본’을 공부하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동문들은 참 별나다. 학교 다닐 때는 그리도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 다니더니 이제 다시 모여서 공부를 한단다. ‘아시아 연구 프로그램 ASP(Asia Study Program)’, 이른바 동양사학과 최고위과정이다. 실은 공부도 AS를 받아야 한다고 ‘After Service Program’이라고 이해하는 동문이 더 많다. 동양사학과 총동문회 서울대 100여 학과 중 유일하게 동문회가 없던 동양사학과가 동문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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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마사코 빈, 네덜란드 가다
네덜란드 새 국왕 왕실 이야기는 언제 어느 때나 황홀하다. 왕과 왕비가 탄 마차가 지나가고 가볍게 흔드는 손인사에 사람들은 환호한다. 공주들의 화려한 드레스, 우아한 걸음걸이, 옅은 미소는 어린 시절 이불속에서 맡은 동화책 냄새 그대로다. 4월30일 왕정 200주년을 맞이하는 네덜란드에서는 왕세자 빌럼-알렉산더르(46)가 새 국왕으로 즉위했다. 이 나라는 선대 생존 시 양위하고, 양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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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봄날씨
4월이라 꽃도 폈는데 매섭게 춥다. 부지런하게도 겨울 코트를 다 정리한지라 입을 것도 없다. 거울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파스텔 톤의 봄 스웨터를 걸치고 안으로는 겨울에도 입지 않았던 내복을 꺼내 입는다. 봄이 되면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쇠퇴하다가 갑자기 다시 확장되면서 추워지는 날이 있다. 봄기운 완연한 가운데 불현듯 나타나는 이런 변덕스러운 추위를 꽃샘추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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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북한 움직임에 민감한 일본
아사코의 페이스북 아사코는 오늘 점심 오리엔탈 스파게티를 아주 우아하게 먹었다. 어제 밤에는 죽순덮밥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고, 어제 점심은 멀리 나고야까지 가서 라면을 먹었다. 우리 신랑, 우리 아이들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나 아사코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다. 페이스북에 사진까지 더해서 올리니 접시에 오른 먹거리의 색까지도 선명하다. ‘노처녀 심심한가 보네. 댓글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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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일본고전독회편 세 권의 책
일본고전독회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부 김종덕 교수의 제자들은 매달 한번 씩 일본고전독회 모임을 가진다. 2001년부터 시작된 모임이니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동교 연구산학협력단 콜로키움 지원으로 개최된 것이긴 하나, ‘만남’에 목말라하던 연구자들의 열정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바가 없다. 김종덕 교수의 30여 명 제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논문을 발표하고 교수님을 비롯한 선후배로부터 조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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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각자내기…못다한 이야기
이야기4 친구F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 G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나와 F는 꽃바구니를 하나 준비하고 기다렸다. 물론 꽃값을 똑같이 반으로 나누어서 지불했다. 자전거를 타고 마중 나온 G는 반가이 맞이하면서 준비한 것이 없으니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사가자고 했다. 마켓에서 각자 먹을 것을 담았다. 나는 스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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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각자내기’
더치페이…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오늘 점심은 각자 돈을 낼까요, 아니면 더치페이를 할까요?”라는 당돌한 후배의 말에 차마 “내가 살게”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선배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준 것인지 선배와 동등함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여하튼 각자내기를 하잔다. 하기야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각자 먹은 건 각자 계산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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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합격자 발표
‘그 순간’ 위해 쏟은 정성 어찌 헤아릴까 3월 신주쿠에서의 오전 약속이 갑자기 오후로 미루어지는 바람에 나만의 한적한 시간을 가졌다. 아무 계획 없이 호텔방을 나와서 마냥 걷기 시작했다. 도쿄의 중심지 신주쿠의 오전은 의외로 조용하다. 3월이라지만 아직은 바람이 차다. 마치 도쿄를 처음 찾은 여행객처럼 카메라를 들고 빌딩숲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며 다녔다. 반듯반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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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손가락 걸고 약속
손가락 걸고 약속 딸아이는 이번에 성적이 오르면 갖고 싶은 게 있다고 아빠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공부해서 남 주냐”고 핀잔을 주지만, 아빠는 별도 달도 따주겠다고 한다. 활짝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약속을 하잖다. 아빠의 투박한 손가락에 실처럼 가늘고 하얀 딸아이의 손가락이 감는다. “아빠, 도장도 찍어야지”라면서 새끼손가락을 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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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나가라족’의 일인자
3월이라··· 3월 첫 주가 시작되었다. 봄이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끝내고 개구리도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되었다. 등교하는 자가 있는 집에서 맞이하는 3월 첫 주는 특별하다. 그것이 대학생이건 선생이건 초등학생이건 다를 바 없다. 마음도 몸도 바쁘다. 봄빛 탐스러운 주말 오후 커다란 대아에 울샴푸를 풀고 겨울 스웨터를 담근다. 하얀 빨래 검은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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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레미제라블, 여섯 번째의 만남 그리고 무사도
오늘 모임에도 화제의 중심에 <레미제라블>이 있었다. 개봉하고 두 달이 훌쩍 지났건만 아직도 상영하고 있다니 놀랍다. 2556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완독했다는 이가 “소설이 훨씬 재미있다. 영화는 몇몇 등장인물 중심으로 사건이 집중되지만 소설은 수많은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개별적으로 19세기 초의 프랑스를 그리고 있다”며 빅토르 마리 위고(1802~1885)의 <레미제라블>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터득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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