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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군짓 스라 인도 sbcltr 발행인] 인도 선거위원회가 전국 유권자 명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1억 3,000만명 이상을 삭제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 모인 시위대 약 7,000명이 연행됐다가 석방됐으며, 일요일에도 수백 명이 추가 연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행된 인원 중에는 다수의 국회의원과 기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취재 기자들의 연행은 언론 침해에 대한 우려까지 야기하고 있다.
당국의 통제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일 뉴델리의 지하철역 최소 45곳이 폐쇄됐고, 시내 중심부의 인터넷 접속도 차단됐다. 12일 기준으로도 뉴델리의 지하철역 6곳이 여전히 폐쇄 상태이며, 20여 곳의 구간에서 교통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화된 데 따른 조치이지만, 시위 현장을 넘어선 통제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한 야권 연합인 인디아 블록 대표단은 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에게 선거 조작과 유권자 부당 삭제를 주장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대표단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아미트 샤 내무장관, 쿠마르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명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무르무 대통령은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회동은 논란의 진위가 아닌, 논란의 범위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야당은 이번 사안을 선거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야권은 지난 12일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에게 SIR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장은 이 사안은 공식 사법 절차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그 직후 인디아 블록은 예정된 대법원 행진을 진행했으며, 쿠마르 위원장 사퇴, 유권자 명부 개정 중단, 종이 투표 복귀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야권의 한 축인 바퀴벌레당(CJP, Cockroach Janta Party)은 경찰 당국과 정면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청년 층이 주도하는 CJP는 교육 제도와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며 성장해 왔다. 그 유명한 당명도 인도 대법원장이 청년 실업자를 비하한 ‘바퀴벌레’라는 표현에서 비롯됐다.
창립자인 아비지트 딥케를 비롯한 CJP 지도부는 지난 10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델리 공항에 도착했으나, 착륙 직후 체포됐다. 바로 다음 날 ‘향후 1년 간 치안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석방됐으나,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 정부가 국가를 내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석방 조건이 평화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시위 집결지로 향했다.
선거위원회 내부에서 터진 균열
사태의 중심에는 갸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서 있다. 야권의 시위가 거세지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선거위원회의 ‘특별 집중 개정(SIR)’이다. 야권은 유권자 등록을 검증하고 부적격 인원을 삭제하는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선거 무결성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오히려 적격 유권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25일 인도의 유력 매체인 인디언 익스프레스의 관련 보도는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 해당 매체는 “선거위원 3인 중 수크비르 싱 산두와 비벡 조시가 지난 10개월간 최소 14차례에 걸쳐 개정 절차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선거위원회는 이에 대해 “SIR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시행됐다”고 반박했다.
인디언 익스프레스의 탐사보도는 선거위원회 내부의 균열을 드러냈다. 산두와 조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개정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며, 그 안에는 유권자 추가 및 삭제 절차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신규 유권자 등록과 관련된 특정 조치를 ‘무허가이자 불법’이라 규정했으며, 주 정부가 아닌 중앙 정부가 유권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내각 비서실에 유권자 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들의 주장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야당이 아닌 SIR을 감독하는 기관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해당 기사를 통해 SIR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 선거 DB의 보안과 관리, 내부 이견 조율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선거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의 흔히 생길 수 있는 의견 차이”라며, 위원들 간의 이견 만으로 선거 조작을 의심할 수 없다고 반론했으나, 원론적인 답변에 그칠 뿐이다.
선거위원회는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유권자 DB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유권자들의 이의 제기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유권자의 권리는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참정권과 직결된다.
1억 3,000만건 삭제, 무엇이 문제인가
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명부 상의 1억 3,000만명이 사망, 거주지 이전, 중복 등록, 소재 불명 등의 사유로 유권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야권은 현행 개정안이 적격 유권자를 배제할 위험이 있으며,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공동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억 3,000만명이 삭제됐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적격 유권자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절차에 따라 삭제됐다고 하더라도 사유가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핵심은 행정 상의 오류로 적격 유권자가 배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에 대한 문제다.
사망과 같은 명백한 사유를 제외한 다른 사유들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조사 당시 부재중이었다는 이유 만으로 명단에서 삭제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주노동자나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 고령자, 서류 미비자의 경우 행정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바로잡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해 선거위원회는 “삭제 사유를 별도로 기록하고 있으며, 초안 명부에서 누락된 사람들은 최종 공표 이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종 명부에서 누락됐다고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는 유권자가 자신이 명부에서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다. 야권은 “비하르 주와 서벵골 주 등의 유권자들이 절차 상의 번거로움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주로 무슬림 등의 소수자 커뮤니티가 이 같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는 일찍이 유권자 명부 개정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이들은 2024년 마하라슈트라 주의 연방하원 및 주 의회 선거에서 등록 유권자가 증가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대규모 삭제가 아닌 추가에 관한 문제였지만, 유권자 데이터의 투명성과 명부의 변동폭에 대한 의혹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SIR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를 확인하려면, 삭제자들의 지역별·인구통계학적 분포, 삭제 사유, 이의 제기에 대한 결과 등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 1억 3,000만이라는 수치 만으로 의도적인 조작을 주장할 수는 없다.

되살아난 선거위원회 독립성 의혹
이번 논란은 선거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되살렸다. 문제의 발단은 2023년 12월 공표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및 기타 선거위원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정위원회는 총리, 총리가 지명하는 내각 장관, 하원 야당 대표(공식적으로 인정된 야당 대표가 없을 경우 최대 야당 지도자)로 구성된다. 앞서 대법원은 같은 해 3월 ‘선정위원회는 총리, 야당 대표, 대법원장으로 구성된다’는 내용의 초안을 제시했으나, 최종안에선 대법원장이 내각 장관으로 변경됐다. 즉, 정부가 선정위원회 3석 중 2석에 대한 임명권을 보유한 셈이다.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개정안을 통해 선거 감독 기관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임명권은 의회의 입법 권한에 속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현행 방식이 선거위원회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선거위원회는 그동안 “SIR은 정확한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옹호해 왔다. 그럼에도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9월 26일 조사단의 가정 방문을 통한 서류 수집, 일부 주에서의 검증 기한 연장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실효성은 시책의 일관성과 적격 유권자의 이의 신청 결과 등에 달려 있기에,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하다.
인도는 오는 2027년 우타르프라데시를 포함한 최소 7개 주에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2025년 10월 SIR가 시작된 이래 우타르프라데시에서만 기존 명부의 13%가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삭제 인원 전체가 적격 유권자일 수는 없겠지만, 주요 선거를 앞둔 상황이기에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는 없다.
선거위원회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책은 삭제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쟁 사례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며,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이의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이 보도한 내부 이견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의견 차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야권 역시 특정 정당에 유리한 조작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삭제된 이름의 숫자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은 모든 적격 시민에게 투표의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혹시라도 오류가 발생할 경우 투표일 이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유권자가 10억명에 달하는 나라에서 행정 상의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의 투명성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India’s Voter-List Crisis: The Fight Over Who Gets to Vote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ڀارت ۾ ووٽر فھرستن جو بحران: ووٽ جي حق تي جنگ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