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통일국제워킹그룹은 2026년 5월 6일 서울과 워싱턴 D.C.를 화상으로 연결해 ‘한국의 평화통일에 있어서 인도의 역할’을 주제로 ‘2026-2 한국통일전략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인도가 2천년 이상 이어온 한국과의 역사·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외교, 경제협력, 문화·교육 프로그램, 인도주의적 평화 구축 등을 통해 자유롭고 번영된 통일한국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집중 논의됐다. 또한 북한의 통일 전략 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한반도 접근 변화 등 최근 국제질서 속 한반도 통일 환경도 함께 진단됐다. <편집자>
정경영 한국통일국제워킹그룹 공동의장이 주관한 ‘2026-2 한국통일전략세미나’가 5월 6일 서울과 워싱턴 D.C.를 화상으로 연결한 방식으로 열렸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통일 문제가 더 이상 남북 간 문제에만 머물지 않으며, 인도·러시아·중국·미국이 얽힌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도가 남북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는 드문 국가라는 점에서, 향후 평화통일 과정의 중요한 중재자이자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행사에는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말레이시아 등에서 활동하는 한반도 전문가 16명이 참여했다.
기조발표를 맡은 마르칸데이 라이 GPF 인도 의장은 인도와 한국의 관계를 “2천년 이상 이어져 온 문명적 유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허황옥 왕후 설화와 불교 전래, 혜초 스님의 인도 순례 등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단순한 외교를 넘어 정신적·문화적 연결 속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라이 박사는 특히 2026년 4월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방문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조선·AI·반도체·핵심기술·문화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도는 남북한 모두와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압이나 지배가 아니라 대화와 동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 박사는 또 “인도는 비폭력과 민주적 다원주의를 경험한 국가”라며 “남북한이 무력이 아니라 존엄과 대화를 통해 화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결국 한국인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만, 인도는 평화적 수단과 외교적 가교 역할을 통해 그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청년지도자협회 설립자인 이현승 선임 프로그램 전략가는 북한의 통일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동포가 아니라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과거 ‘우리 민족끼리’라는 통일 논리 대신 핵억제력과 강압적 영향력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현승 전략가는 “북한은 통일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협력적 통일 대신 힘에 의한 통일 개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핵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남한을 ‘형제’가 아닌 ‘핵공격 가능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북한이 다시 협력적 통일 논의로 돌아설 수 있는 조건으로 ▲북미 관계 변화 ▲핵억제력 약화 ▲중국·러시아의 전략 변화 ▲북한 내부 위기 심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러시아 문제를 다룬 블라디미르 이바노프 스팀슨센터 객원 석좌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한반도 전략이 급격히 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러시아는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을 조심스럽게 지지했지만, 현재는 북한과 거래적 군사동맹 관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바노프 박사는 특히 2024년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경제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현재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다시 중요한 행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는 인도의 역할을 단순한 외교 중재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발표자들은 인도가 문화·교육·인도주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신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 박사는 인도와 한국의 문화교류 역사를 설명하며 “불교와 학술 교류는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정신적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도 내 한국어 교육 확대와 K-팝·K-드라마의 인기를 언급하며 “문화는 정치보다 오래 지속되는 연결고리”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북한과도 문화교류와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해 왔다. 북한 관리들이 인도의 ITEC 프로그램을 통해 행정·언어·컴퓨터 교육을 받았고, 인도 공연단이 평양 행사에 참가하는 등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인 문화 접촉이 이어져 왔다.
세미나에서는 인도의 인도주의적 역할에도 주목했다. 인도는 한국전쟁 당시 중립국송환위원회 의장국을 맡았고, 이후에도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북한에 식량과 의료 지원을 제공해 왔다. 발표자들은 “인도는 인도주의 지원을 정치화하지 않았다”며 “북한 주민의 생존과 복지를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삼지 않은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통일 이후 경제협력 가능성도 논의됐다. 발표자들은 인도의 경제특구 운영 경험과 ICT·철도·에너지 분야 역량이 향후 북한 재건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특정 강대국들과 달리 지정학적 지배 의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인도의 역할이 수용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한반도 통일이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질서 변화와 북한 내부 변화, 문화·교육 네트워크의 축적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는 무엇보다 한반도 통일 문제를 미·중 경쟁이나 남북 대결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 질서 전체 속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표자들은 “인도는 강대국식 압박보다 문화·외교·인도주의를 통해 평화를 지원하는 국가”라며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조용하지만 중요한 동행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통일국제워킹그룹
통일한국 건설을 위한 실현 가능한 전략과 정책 개발을 목표로 2026년 2월 12일 공식 출범했으며, 분기별 세미나 결과보고서를 관련국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에게 정책 대안 자료로 제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