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묘한 풍경이다.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말하고, 자원순환사회를 강조하며, 각종 일회용품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식당과 카페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1회용 물티슈는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컵과 접시, 용기, 수저류, 비닐식탁보, 플라스틱 빨대 등 여러 품목이 1회용품 규제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식품접객업소에서 제공되는 물티슈는 빠져 있다. 사용 방식만 놓고 보면 대표적인 일회용품인데도 제도는 이를 명확히 다루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는 식당·카페용 물티슈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플라스틱 함유와 재활용의 어려움, 장기간 자연분해 문제 등을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환경적 문제와 정책 필요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끝까지 밀고 가지 못했다. 규제를 검토하다가도 물러서고, 부담금 방식을 이야기하다가도 방향을 바꾸면서 현장 혼선만 키웠다. 업계는 업계대로 혼란스럽고 소비자 역시 무엇이 친환경 정책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문제는 단순히 물티슈 하나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과연 일회용 소비문화에서 벗어날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산업 정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생활 속 작은 소비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결국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식당에서는 위생 문제 때문에 물티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손 닦기나 상차림 보조 용도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위생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위생을 유지할 것인가”다.
여기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재사용 가능한 소독 위생물수건 체계다. 과거 한국 식당 문화에서는 삶고 소독하고 포장된 물수건이 비교적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값싼 일회용 물티슈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재사용 체계는 점차 사라졌다. 편리함은 얻었지만 그만큼 폐기물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단순히 “사용금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친환경·재사용 가능한 위생용품 체계로의 전환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식품접객업소용 1회용 물티슈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상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식품접객업 또는 집단급식소에서 손 닦기나 상차림 보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1회용 물티슈를 규제 대상에 명시하고, 업소 내 무상 제공이나 상시 비치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정책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즉각적인 전면 금지보다 충분한 계도기간과 업계 적응 과정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재사용 위생물수건의 세척·살균·포장·보관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재사용 위생물수건이 행주나 불판 청소 용도로 혼용될 경우 소비자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도 외 사용 금지와 위생관리 기준을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정책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이나 공공시설 입점 음식점부터 우선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대체 위생용품 전환 지원과 세척·회수 시스템 구축, 업소 교육과 홍보를 병행하고 이후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생물수건 세척·살균·회수·포장 서비스 산업이 체계화되면 자원순환형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한 규제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는 이미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대한민국도 더 이상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한 일회용 소비를 방치할 수 없다. 식당에서 무심코 건네는 작은 물티슈 하나가 사실은 우리 사회의 환경 철학과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식탁 위 작은 물티슈 하나를 어떻게 바꾸느냐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