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AI 시대, ‘의사’ 직업의 역할은 뭘까?…”정답 없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사람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는 수술도 AI와 로봇이 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와 hug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미래 예측이라고 불렀다. 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답했다. “여기 의사분이 계신지는 몰랐네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포도주를 마시면서 하시지요.” 짧은 대화였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는 궁금해졌다. AI 시대에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나는 오랫동안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후학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의사가 없는 자리에서 한 유명 대학의 교수가 의사의 전문성을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본문에서 <AI 생성 이미지>

며칠 전, 지인이 기획한 세미나에 초대받아 청중으로 참석했다. 이름은 다소 거창했다. “QE(QuintEssence) Global Conference & Exhibition – Seoul Edition.”

생성형 AI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 이제 질문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그 의미를 누가 정의하는가”라는 문제로 옮겨갔다고 했다.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서 선택과 판단의 기준은 점점 흐려지고, 창작보다 오히려 ‘선별하는 권한’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Water”라는 키워드도 인상적이었다. 물은 형태를 갖지 않지만 담기는 그릇에 따라 끝없이 변형되면서도 본질을 유지한다. AI 시대의 이미지 또한 그러하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평소 창의성과 상상력에 관심이 있어 비교적 집중해서 들었다.

첫 강의는 요즘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한 ‘뇌과학자’의 40분 강의였다. 강의 자체보다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이후 토의 시간에 나온 그의 정리였다. 그는 직업과 AI의 관계를 간단한 2×2 표로 설명했다. x축은 ‘혼자 할 수 있는 일 / 혼자 할 수 없는 일’, y축은 ‘정답이 있는 일 / 정답이 없는 일’.

나는 무심코 메모지에 그 표를 그리며 받아 적었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다. 혼자 할 수 있고 정답이 있는 일은 AI가 대체한다. 혼자 할 수 있지만 정답이 없는 일은 인간과 AI의 협업 영역이다. 혼자 할 수 없고 정답도 없는 일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없지만 정답이 있는 일은 AI 중심으로 인간이 보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범주의 예로 ‘항공기 조종사’를 들었다. “실제로는 AI가 다 하지만, 조종사가 타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였다. 실제로 유사한 발언이 논란이 되었던 기사도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예시는 나를 멈추게 했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는 수술도 AI와 로봇이 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와 hug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미래 예측이라고 불렀다.

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답했다. “여기 의사분이 계신지는 몰랐네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포도주를 마시면서 하시지요.” 짧은 대화였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는 궁금해졌다. AI 시대에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나는 오랫동안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후학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의사가 없는 자리에서 한 유명 대학의 교수가 의사의 전문성을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2×2 표는 매우 깔끔하다. 세상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그러나 의료는 그 표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의료는 혼자 할 수 없다. 겉으로는 한 명의 의사가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협업의 결과다. 또한 의료에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정답이 아니라 확률 속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할 뿐이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의 나이, 직업, 전신 상태, 삶의 맥락에 따라 치료는 달라진다. 수술실에서는 교과서에 없는 상황이 더 자주 나타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반복이 아니라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종종 즉흥적이며 경험에 기반한 변형이다. 나는 이것을 창의성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아니라 제약 속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가는 창의성.

의사를 ‘정답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순간 의료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된다. 그러나 실제 의료는 정반대다. 우리는 정답이 없는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AI는 계산할 수 있다. AI는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본질적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내려지는 하나의 결정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무게를 감당하는 존재가 의사다. 세미나장을 나오며 나는 다시 생각했다. AI 시대가 오면서 기술 전문가 들이 다른 직역을 설명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는 외부에서 단순화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다.

그날의 강연은 틀렸다기보다 너무 단순해서 위험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붙잡고 있다. AI 시대에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 아마도 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사람. 그 자리는 아직 인간의 자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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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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