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간(肝)이 침묵을 깨는 때…’비알코올성 지방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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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는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간(肝)이 침묵을 깨는 때가 연말연시(年末年始)와 전통 명절(名節)이다. 이 시기에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미 진행된 간 질환이 검진이나 음주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건강검진에서 간경변(肝硬變)이나 간암(肝癌)이 발견되거나, 기존 간 질환자가 잦은 음주로 급성 악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연말연시 회식(會食)이 이어지면서 간 건강을 걱정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술(알코올)이 간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회식 자리에서 흔히 접하는 고열량·고지방 식단 역시 ‘비알코올성 지방간(脂肪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아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사망 위험은 정상인보다 약 67%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간(liver)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성인의 경우 무게가 약 1.2~1.5kg에 달한다. 간은 오른쪽 횡격막 아래에 위치하며 갈비뼈에 의해 보호된다. 간은 간동맥과 간문맥 양쪽에서 혈액 공급을 받는다. 특히 간문맥(肝門脈, portal vein)은 위장에서 흡수된 여러 물질을 간으로 운반하는 정맥으로, 이 물질들은 간에서 가공되어 인체에 필요한 성분으로 바뀌거나 해로운 성분은 해독된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탄수화물·지방·호르몬·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에 관여한다. 또한 약물이나 체내 유해 물질을 해독하고, 소화를 돕는 담즙산(膽汁酸, bile acid)을 생성한다. 이와 함께 면역세포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중요한 기능도 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5년 사이 약 4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거의 없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한국인 886만여 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사망 위험이 정상인보다 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5% 이내다.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fatty liver)이라고 한다. 최근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대사증후군(代謝症候群)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지방간 환자도 늘고 있다. 지방간은 크게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눌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실 경우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한편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지방간 환자 중에서도 간염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지방간과 구별하여 ‘지방간염’이라고 한다. 지방간염(脂肪肝炎)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드물지만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한다.

초기 지방간 자체는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에 축적된 지방이 염증 물질을 분비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환자의 약 20~40%는 지방간염(steatohepatitis), 간경변증(liver cirrhosis), 간암(liver cancer)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단계부터는 간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간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요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다. 기름진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고,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염증이 생긴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 진단을 받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고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년 이후 비만이나 당뇨가 있는 지방간 환자는 간암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의 증상은 지방 축적의 정도와 기간, 다른 질환의 동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방간염은 간에 지방이 축적될 뿐 아니라 간세포가 괴사되는 염증 징후가 동반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지방간염은 간경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지방 대사의 이상을 초래하는 전신 질환인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방간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와 간섬유화 검사,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시행한다. 감별 진단이 필요한 경우 간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지방간이 있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방간 치료는 주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총 섭취 열량을 줄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과 신선한 채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금주가 필수이며, 비만이 원인인 경우에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당뇨병과 관련된 지방간은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하고, 고지혈증이 원인인 경우에는 혈중 지질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방간 예방의 기본은 금주(禁酒)와 식생활 개선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총 알코올 섭취량과 음주 기간, 영양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지방·저단백 식사를 지속하면 지방간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금주와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체중 조절, 당뇨병 관리 등을 통해 지방간 예방과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술을 마시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않고 운동도 부족해 근육량이 적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간 기능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는 당분과 단백질이 필요하며, 근육은 대사와 호르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치료 경과도 좋은 편이다. 따라서 금주와 함께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딱 일주일만이라도 끊어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외로 단 일주일만 금주를 실천해도 몸과 마음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간은 이 시점부터 회복되기 시작한다. 단기간의 금주가 가져오는 변화를 알고 실천하면 술과의 거리 두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간 건강의 핵심은 생활 습관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술, 과당 음료, 과식이 반복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체중을 5%만 줄여도 지방간 수치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는 두부(콩 단백질), 고등어(등푸른 생선), 브로콜리(설포라판 sulforaphane 함유) 등이 있다.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따라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간 건강을 안심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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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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