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정치칼럼

[윤재석 칼럼] 한미동맹 체계에 구멍?…주한 美사령관 ‘사과 논란’과 한국군 보고체계의 허점

안규백 국방장관(왼쪽)과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미군의 공조 체계에 심각한 균열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8~19일 발생한 주한미군의 서해상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과 관련해서다. 지난 18~19일 경기 오산기지에서 이륙한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이 동중국해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 근처까지 접근해, 서해상에서 미국과 중국 전투기가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규백 장관은 상황을 뒤늦게 보고받고 19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브런슨 사령관이 중국 전투기들과 대치 상황이 발생했던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훈련과 관련해 한국에 사과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며, 마치 사과한 것처럼 들린 국방부의 브리핑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이 진영승 합참의장과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은 합참의장과 통화하며 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 평가를 공유했다”며 “사령관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와 굳건한 한미 억제력에 확고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2018년 평양에서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 노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복원과 관련해 주한미군 등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통일부가 독자적으로 보이고 있는 대북 저자세 유화 제스처에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을 둘러싼 양국 군의 갈등이 한미동맹의 균열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주한미군 전투기들이 서해에서 훈련하는 것은 다반사이지만, CADIZ 근처까지 진입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방공식별구역은 항공 위협을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선으로, 국제법상 영공과는 다르다. 다만 군용기의 경우 상대국 방공식별구역에 근접할 때는 비행 계획 등을 미리 통보하는 것이 국제 관행이다.

CADIZ 근처에서 이뤄진 주한미군 전투기의 이례적 훈련을 두고 ‘대중국 견제’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한미군은 최근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내부 교육에 사용하는 등, 북한 위협 대비를 넘어 중국 견제 등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하자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으로서는 주한미군에 항의를 제기할 명분이 부족하다. 이번 훈련이 주한미군 차원이 아닌 인도태평양사령부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우리 군의 보고 체계가 미흡했던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24일 밤늦게 “주한미군 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직접 통화해 (서해 공중훈련이) 사전 통보가 이뤄졌음을 거듭 강조했다”며 “이 사안이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에게 제때 보고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훈련 계획을 사전에 우리 군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군 내부 보고 체계의 문제로 공군→합참→국방부→청와대 등 군 통수 체계를 통해 상달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성찰과, 군 보고 체계의 느슨함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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