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터뷰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 앞둔 김현국씨 “분단은 정치가 아니라 공간구조의 문제다”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탐험가 김현국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작성했다. 그는 이 편지와 제7차 대륙횡단 계획을 기사화하는 것을 목표로 2026년 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서 그는 사유즈노예 베체(연합신문)의 기자 미하일 파뉴코프를 만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현국이 2023년 여섯 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 중 진행된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라디오 인터뷰를 사유즈노예 베체가 지면 기사로 실어주면서 시작되었다.

김현국 탐험가가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앞두고 <아시아엔>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탐험가이자 사단법인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프로젝트의 기획 배경과 의미를 독자 여러분께 상세히 소개합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을 ‘정치’가 아닌 ‘공간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며, 연결과 이동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편집자>

러시아인들에게 매년 연초는 매우 중요한 명절 기간이다. 1월 7일 크리스마스가 연초 연휴에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장식 조명들이 모스크바 도심을 밝히고 있다. 2026년의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배송 로봇들이 보행자들 사이를 걸음 속도로 이동하며 원격 모니터링 하에 운영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러시아 IT 기업 얀덱스(Yandex)의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기업 KT는 국내외 배송 로봇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 눈 덮인 보행로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도심 배송 로봇이 천천히 길을 가른다. 이곳에서 탐험가 김현국은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러시아 언론인 미하일 파뉴코프를 만났다. 김현국에게 이번 방문은 단순한 답사가 아니라, ‘연결’이라는 문제를 국가 전략과 지정학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 자리였다. 그는 프로젝트의 취지와 함께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도 준비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현국 탐험가와의 일문일답.

유라시아 대륙횡단 하이웨이. 그는 오는 7차 횡단에서도 이곳을 지나갈 예정이다.

-이번 모스크바 방문을 ‘연결의 지정학을 확인하는 여정’이라고 했다. 왜 ‘지정학’인가.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정치·외교, 군사·안보의 언어로만 말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것은 분단이 정치 이전에 공간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길이 끊겨 있다는 건 단순히 국경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동 경로와 경제 흐름이 막히고, 국가의 전략적 상상력 자체가 반도 안에 갇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연결의 정치학’이 아니라 ‘연결의 지정학’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탐험은 흔히 말하는 모험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자연을 정복한 적은 없다. 나는 이미 존재하는 길을 직접 건너며 확인해 왔다. 1996년 부산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 시베리아를 지나 모스크바, 유럽으로 갔고, 이후 같은 구조의 횡단을 여섯 차례 반복했다. 이 길들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국제 도로망이다. 길이 있는데, 우리가 쓰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록으로 축적해 왔다.”

-‘존재하지만 쓰지 못하는 길’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러시아의 R297 ‘아무르’ 연방도로가 2010년 완공되면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만km가 연결됐다. 유라시아는 이미 하나의 육상 네트워크다. 그런데 대한민국만 그 구조에 직접 접속하지 못한다. 남북 분단이라는 조건이 국가 공간을 반도로 고정시켜 왔다. 국경 하나가 이동 반경과 산업 구조, 외교 전략까지 규정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섬처럼 사는 대륙 국가’라고 말한다.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식 주제는 ‘길은 평화다! 뉴욕에서 파리, 그리고 한반도 DMZ·북동항로’이다. 뉴욕에서 시작해 태평양을 건너 도쿄와 서울로 들어오고, 시베리아와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간다. 이어 북유럽을 지나 무르만스크로 이동해 북극해 항로를 따라 내려온다. 마지막 질문은 하나다. 한반도는 언제 다시 대륙의 길 위에 설 것인가.”

-북극해 항로와 DMZ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은 이유는.
“둘 다 연결되지 않은 공간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구조의 문제다. 북극해 항로는 물리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안정적 경로가 되려면 국가 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DMZ도 길과 철도가 존재하지만 신뢰 구조가 없어 쓰지 못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연결을 동시에 실험한다.”

-이번에 모스크바를 찾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올해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앞두고 지난 1월 12~19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목표는 러시아연방 대통령에게 (영상)편지를 전달하고, 이를 현지 매체를 통해 기사화하는 것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이 분쟁의 본질은 인구 55억명 이상의 거대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유라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로 인해 현재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비우호국 관계에 놓여 있고, 반면 러시아와 북한은 동맹 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러시아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과정에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다. 또 북극해 항로와 시베리아 인프라는 러시아의 전략 자산이다. 나는 협조도 중요하지만, 신뢰를 쌓는 게 무척 중요하다. 파뉴코프 기자(맨 위 사진)와의 인연도 2023년 여섯 번째 횡단 당시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라디오 인터뷰를 계기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서한과 영상 편지로 구상을 설명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지리학협회에서 만난 북극권 전문 안드레이 탐험가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러시아는 연결을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국가 철학으로 다룬다. 도로와 철도, 북극항로, 우주 인프라까지 하나의 운영 체계로 엮는다. 자율 시스템과의 결합도 빠르다. 대륙 국가로서 중심과 변방을 잇는 경험을 전략으로 축적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광주에서 시작된 일상이 시베리아를 지나 암스테르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상징이 아니라 전략이다. 길을 묻는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상을 대륙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다시 길 위에 선다. 여행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서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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