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6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4.
민주평통 사무처는 “이 수석부의장은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후 2시 48분 베트남 호치민의 탐안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민주평통 아태지역회의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지난 22일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3일 아침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귀국을 준비하던 중, 공항에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즉시 스텐트 시술 등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1952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뒤, 1972년 10월 유신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투신한 1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다. 1978년에는 서울대 인근 신림동 고시촌에 사회과학 서점 ‘광장서적’을 열어, 당시 학생운동 진영의 정신적 거점 역할을 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지역구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관악에서 5선을 지냈고, 2012년 19대 총선부터는 세종시로 지역구를 옮겨 7선 의원을 지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돼 고교 평준화 확대와 학력고사 폐지 등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 논란도 제기됐으며, 당시 학교를 다닌 세대를 일컫는 ‘이해찬 세대’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아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을 총괄 지휘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민주통합당 대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거치며 민주당계 정당의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했다.
고인은 여권 내에서 전략통이자 선거 전문가로 꼽혔으며, 여러 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기획을 주도해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8월 민주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공식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상임고문 등의 역할을 통해 당내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며 친문 진영에서 비판받던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원해, 그가 대선 주자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 고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