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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지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서쪽으로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동쪽으로는 인도, 북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과 신드 주는 중동의 아라비아해와도 맞닿아 있다.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중국 서부의 교차점에 자리해 있는 파키스탄은 미국과 주변국들의 대외전략이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격랑의 시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파키스탄 권력의 중심축은 군부 측으로 기울어져 갔다.
역사는 늘 반복돼 왔다. 파키스탄 주변부에서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될 때마다 민간 중심 정당들은 약화된 반면, 외부와의 협상 카운터파트로 나선 군부는 영향력을 확대됐다.
그 첫 사례는 1970년대 후반의 냉전기였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파키스탄은 미국이 구축한 전략지대의 최전선에 섰다. 앞서 1977년 파키스탄의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가 군사쿠데타로 축출되면서 지아울하크 정권이 들어섰고, 1979년 파키스탄 군정은 아프간 성전에 참여하는 무자헤딘의 전진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미국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 시기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으며, 군정도 장기 통치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또다시 반복됐다. 1999년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것이다. 이후 2001년 9·11 테러가 발발하면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파키스탄은 핵심 우군으로 미국을 전폭 지원했다. 무샤라프 정부는 미국에 영공과 수송로, 군사기지 등을 제공했으며, 첩보전까지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중심의 거버넌스는 안보와 대외전략이라는 명분 아래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선례들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대리전과 직접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하고 있으며, 그 주변국인 걸프국가들과는 복잡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과 경제회랑(CPEC)과 같은 핵심 인프라도 공유하고 있다. 이란의 불안정한 정세는 발루치스탄을 중심으로 한 파키스탄 서부 지대의 무장반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모든 요소들에 ‘군부’라는 키워드를 대입해보자.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에서 원수로 승진한 아심 무니르는 지난해 여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이후 무니르는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 안보에서부터 거버넌스, 경제 정책 등 핵심 분야에서 군부의 권한을 확대했다. 군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경제난과 정세 불안 속에 국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여겼던 반면, 외세의 압력이 커질 때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군부의 통제가 강화됐던 과거의 사례들이 재현될 수 있다는 비판도 상존했다.
실제로 군은 국가 안보를 넘어서 경제 부문에서도 전략적으로 매우 비중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기업들과 파키스탄 국영 군수·건설 기관인 프론티어워크스조직(FWO)은 핵심 광물 체굴에 대한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정은 무니르의 미국 방문 이후 체결됐으며, 이로써 미국의 파키스탄 내 영향력도 더욱 확대됐다.
오늘날의 국제 질서는 과거 냉전기나 9·11 직후보다 훨씬 더 다변화돼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협력 강화, 남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 이란의 불안정 등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파키스탄은 변수에 종속되지 않은 채 지역의 균형 있는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은 군부의 손에 달려 있다.
군부 집중이 심화되면서 주권 국가 파키스탄도 왜곡되고 있다. 고질적인 경제난, 정치적 양극화, 국가정책의 실패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민간 출신 총리와 의회의 권한이 약해지고 있다. 민간 정부가 반등할 지점들이 있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더욱 소외되는 형국이다.
군부는 정세 불안정이 파키스탄의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대국과의 협상에 나서왔고, 또 그 세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외부 분쟁에 적극 개입해온 파키스탄은 그 이후 극단주의, 테러, 경제 왜곡, 외교적 고립 등을 겪어야 했다. 또한 군부가 강력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주도하는 정책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중장기 차원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파키스탄이 또다시 군부 통치와 민주주의의 갈림길에 올라섰다. 현재까지는 군부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권력 집중은 파키스탄이 다가올 폭풍우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민간과 군부 간의 또다른 충돌을 야기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파키스탄의 격동기에 몰아친 흙먼지가 쉽사리 가라앉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 The dust is yet to settle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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