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환 전 파키스탄 대사 <북한과의 협상 실패: 진실과 해법> 신개정증보판 출판기념회서 밝혀
12월 7일 이재명 정부가 내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침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튿날인 12월 8일 남북대화 참가 1세대이자 외교·안보 분야 원로 학자인 송종환 경남대 초빙석좌교수(전 파키스탄 대사)가 <북한과의 협상 실패: 진실과 해법> 신개정증보판을 출간했다. 이를 기념하는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12월 9일 저녁 서울 체리가든에서 열렸다.
송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기타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이미 현실화됐고, 미국과 중국의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은 대화를 서두를 때가 아니라 국가안보 체제를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0여 년간의 남북관계 경험을 토대로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체제 위협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만 대화의 장으로 돌아왔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준비 없이 대화를 제의할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았던 합의들, 심지어 정상간 합의서조차 이행되지 않은 구조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부터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사는 이어 “자유가 없는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켜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 전략을 국민 다수와 소통하며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북한의 각종 공식 문서와 회담 발언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며, 북한이 사용하는 핵심 개념들이 국제사회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의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말하는 ‘우리끼리 민족’은 남북이 주체가 돼 통일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부자 수령체제를 존중하고 힘을 합쳐 미국과 싸워 공산화 통일을 이루자는 개념이며, ‘진정한 평화’란 무력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통해 달성되는 북한식 평화이고, ‘비핵화’ 역시 북한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포함한 모든 위협 제거와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로 한 이른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게 협상이란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상호 ‘주고받는’ 흥정이 아니라, 전쟁으로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다른 수단으로 추구하는 전쟁의 연속”이라며, “북한은 레닌과 마오쩌둥의 가르침에 따른 혁명적 특수협상관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경험도 소개했다. 1983년 가을,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 국제법·외교학 대학원에서 국제법·외교학 석사(MALD) 학위 구두시험을 치르던 자리에서, 소련 외교정책 권위자인 유리 라난(Yuri Ra’nan) 교수가 레닌의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전술이 북한의 대남전략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질문했다는 것이다. 당시 30대 후반이던 송 교수는 “북한 대남전략의 핵심이 주한미군 철수에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한국 안보전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회고했다.

최근 한미 안보 현안과 관련해서도 그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월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합의가 발표됐지만, 실제 전력화까지는 빨라야 5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같은 날 발표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이 명시돼 있어, 이 과정이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논의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미국의 최우선 전략 과제는 중국 견제이며,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핵심 위치에 있는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면서도, “미래연합사령부 지휘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이재명 정부의 친북·친중적 노선이 겹칠 경우,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송 전 대사는 특히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최소 5년 이상이 걸리고, 과거 미 의회의 핵연료 이전 승인에도 3년 이상이 소요됐던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과 기타 대량살상무기를 억지할 전략자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고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은 안보의 두 축 중 하나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레닌의 이른바 ‘민족해방’ 전략, 즉 공산화 통일을 실현할 결정적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독자적 군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핵추진 잠수함의 조기 건조는 물론, 다른 핵 옵션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80대에 접어든 임운봉 마로니에(서울대학교 문리대 동문 모임) 회장 일행, 울산에서 온 김종환 6223 미래포럼 수석부위원장 일행, 전 직장 동료, 창원시(마산시) 월영초등학교 동창 등 전국 각지에서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말미에는 송 교수가 명예회장으로 주도해 지난 11월 4일 출범한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후원회’의 최정윤 부회장이 경과를 설명하고 후원회 가입을 요청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