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빠르게 늘고 있다. 당뇨병은 신체 내에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못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남아도는 데서 비롯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과잉 포도당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결국 당뇨병 관리의 기본은 혈당 조절이다.
진단 기준은 네 가지다. ▲당화혈색소 6.5% 이상 ▲8시간 이상 금식 후 혈당 126mg/dL 이상 ▲75g 경구 포도당 부하검사 2시간 뒤 200mg/dL 이상 ▲다뇨·다음·체중감소 등 증상과 함께 무작위 혈당 200mg/dL 이상. 당뇨 전단계는 공복혈당 100~125, 당화혈색소 5.7~6.4%로 정의된다. 혈액 내 적혈구에 들어있는 혈색소가 포도당과 결합한 형태가 바로 당화혈색소(HbA1c)다. 이 수치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주며, 정상 범위는 4~6%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혈당 스파이크’는 식사 후 짧은 시간에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고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은 뒤 발생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췌장의 인슐린 과다 분비를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췌장을 지치게 만든다. 혈당 변동이 큰 과정에서 혈관 내피세포 손상이 일어나고 염증 반응을 촉발한다.
반복될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며 지방 축적을 가속화해 비만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공복혈당 검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화혈색소 검사가 유용한 이유다. 수치가 5.8% 이상이면 혈당 스파이크 가능성이 크고,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혈당 스파이크 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촉진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이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저당지수 식사(Glycemic Index·GI)가 중요하다. GI는 식품 속 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되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를 나타낸다. 당지수 55 이하 식품은 혈당을 천천히 올려 안정적이고, 70 이상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땅콩(13), 당근(16), 사과(34), 우유(34), 고구마(48)는 저당지수 식품이다. 반면 흰쌀밥(86), 떡(91), 콘플레이크(92), 바게트(95), 찹쌀밥(98)은 고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식사 순서도 중요하다. 냉면을 먹을 때 먼저 달걀을 섭취하면 탄수화물 흡수 속도가 늦춰져 혈당 상승이 완만해진다.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탄수화물은 마지막에 먹는 습관이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
저당지수 식단은 혈당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장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폴리페놀이 풍부한 베리류, 사과, 커피, 계피 등은 식후 혈당 조절에 긍정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폴리페놀은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고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며 근육의 민감성을 높여 혈당을 안정시킨다.
50세 이후에는 근육 감소와 복부지방 증가가 두드러진다. 고탄수화물·고열량 음식을 즐기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혈당 스파이크가 잦아져 당뇨병 전단계를 거쳐 실제 당뇨로 이어지기 쉽다. 반대로 하체 근육을 키우면 당뇨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운동은 혈당 조절의 핵심이다. 식후 20~30분쯤 혈당이 오르기 시작할 때 계단을 오르거나 15분가량 산책하면 혈당 급상승을 막을 수 있다. 주 150분 이상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권장된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는 길은 단순하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순서를 조절하며,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당뇨병 예방은 물론, 건강한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