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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딸 ‘하시’, 모성으로 버틴 30여년

하시(왼쪽)와 파룩 사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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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아시아에서 인신매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과 아동으로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인접국이나 중동 등지로 팔려가 원치 않는 결혼이나 노동을 강요당한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사회적인 낙인과 신변의 위협 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해자 가족도 사건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인신매매 피해자인 하시는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결심했다. ‘아시아엔’ 신드어판의 기고가 파룩 사르가니가 하시의 굴곡진 삶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아시아엔=파룩 사르가니 아시아엔 신드어판 기고가] 1992년의 어느 날이었다.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지역에서 살고 있던 하시는 학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학교로 가던 중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하시가 수십년 동안 방글라데시 땅을 밟지 못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브로커들은 그녀를 배에 태워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로,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밀입국 시켰다. 1992년 3월 15일, 파키스탄 신드 주의 수도인 카라치 시의 길거리에 하시가 진열됐다. 구경꾼들이 금세 몰려들었고 무리 중 한 남성이 5만 루피(약 25만원)를 지불해 하시를 사갔다.

이 남성은 그녀를 자신의 고향인 시하르 지역으로 데려갔다. 낯선 타지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그녀는 “벵골어 단어를 하나씩 번역하며 시라키어(Siraiki)를 배웠다. 그전까지는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와 다름없었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하시의 남편은 도박중독자였다. 가정에 돈 한 푼 건네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작열하는 더위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농장에서 일했다. 굶주린 채 잠을 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세월이 흘러 하시는 네 딸의 엄마가 됐지만, 남편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도박장을 기웃거렸다. 삶이 더욱 궁핍해졌다. 일터에서 받은 주전부리를 집까지 가져가 아이들에게 먹일 정도였다.

하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편지를 보내곤 했지만 쉽사리 연락이 닫지 않았다. 그녀의 편지가 우체국에 묶여 있기도 했고, 성난 남편이 편지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그녀가 보낸 편지가 마침내 고향의 가족들에게 닿았다. 그녀의 오빠 무함마드 쿠간은 그녀에게 그 즉시 비자를 보냈다. 그러나 여권을 발급받기까지 한 세월이 걸렸고, 방글라데시로 떠날 여비도 빠듯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하시가 고향 땅을 밟았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통한 소식과 마주해야 했다. 이웃과 친척들이 수십년 만에 돌아온 그녀를 보기 위해 모였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주변인들이 기억하던 활기찬 하시는 온데간데없었다.

고향의 모교를 방문한 하시가 우연히 아스가르라는 옛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아스가르는 그 곳의 교사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시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지만 아스가르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옛 친구는 하시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들은 후에야 눈물을 글썽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시가 고향땅을 다시 밟은 지 6개월이 흘렀다. 파키스탄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족들은 하시가 남기를 원했지만 그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방글라데시로 오기 전 딸들과 했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파키스탄으로 돌아온 하시는 여전히 시하르역의 먼지 가득한 거리를 떠돌고 있다. 생계를 꾸리는 것이 여전히 벅차다. 겨우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품삯만 받고 일하는 처지다. 하시의 가슴 속엔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맺혀 있지만 모성애 하나로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아시아엔 영어판: Hashi – A Bangladeshi Woman’s Ordeal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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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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