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당(血糖, blood sugar)이란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는 당(糖)을 말하며, 척추동물의 혈당은 주로 포도당(葡萄糖)이다. 혈당은 인체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어 체내 모든 조직과 기관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당뇨병(糖尿病) 관리의 가장 기본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다.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망막증, 신경 합병증 등과 같은 만성 합병증의 위험이 바람직한 혈당 조절을 통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의 정상 수치는 공복 혈당 70-100mg/dL, 식후 2시간 혈당 90-140mg/dL, 당화혈색소 5.7% 미만이다. 일반적으로 혈당이 70mg/dL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이라 하고, 50mg/dL 이하로 떨어지면 쇼크 수준으로 위험해진다. 경증 저혈당(70-55mg/dL) 증상은 가볍게 떨림과 약간의 어지럼이 생기며, 중등도 저혈당(55-40mg/dL)에는 두통, 말이 느려짐, 판단력 저하 등이 생긴다. 심각한 쇼크(40mg/dL 이하) 상태가 되면 의식 소실, 발작, 혼수상태가 된다.
최근에 78세를 일기로 서울에서 별세한 고 박인수 솔(soul) 가수는 말년에 심각한 건강 악화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는 ‘저혈당 쇼크’와 치매 증세로 인하여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렸다. 2022년 이후에는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까지 겹쳐 발병함으로써 건강은 더욱 급속히 악화되었다.
부산에서 60대 운전자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터널 벽면을 들이받아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원인 질환인 ‘저혈당증과 쇼크’ 증상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저혈당증이 생기는 흔한 원인은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투약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식사량이 적거나 과도하게 운동을 했을 경우다. 저혈당증은 혈당이 정상인보다 낮은 질병으로 오랫동안 이어지면 경련이나 발작이 생기고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영국의 한 가정집에서 두 살배기 딸이 ‘저혈당 쇼크’로 위기에 처한 아빠의 생명을 구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딸이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아빠를 흔들며 이름을 부르고, 온 힘을 다해 아빠를 깨우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아빠가 계속해서 반응이 없자 딸은 거실 선반 위에 있던 아빠의 포도당 알약을 아빠의 입에 넣고 씹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옆에서 지켜봤다. 이후 아빠의 증상은 점차 호전되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딸은 매일 아빠가 겪는 상황을 보며 배워왔다”며 “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빠가 저혈당 증상을 겪을 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저혈당증(Hypoglycemia)이란 혈당이 정상인보다 낮은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혈당이 50mg/dL 이하일 때를 말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저혈당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 혈당 수치가 다르므로 모든 사람의 저혈당 기준을 50mg/dL 이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정상인의 혈당은 공복의 경우 60-120mg/dL, 식사 2시간 후의 혈당은 140mg/dL 이하로 유지된다.
‘저혈당(低血糖) 쇼크(shock)’의 주요 원인은 인슐린(insulin)이나 혈당강하제 과다 복용, 식사 거르기(특히 아침 식사 생략), 과도한 운동 후 에너지 고갈,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 신장 질환 등으로 약물 대사 지연 등이 있다.
저혈당증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안에 당질을 함유한 음식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저혈당 환자 응급처치는 혈당 회복을 위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는 주스나 콜라 반 잔, 사탕 3-4개, 설탕 1숟가락, 요구르트 1병 등이 좋다. 혼수상태이거나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억지로 음식을 먹이면 음식물이 기도(氣道)에 걸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의식이 소실된 경우에는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여 포도당(葡萄糖) 수액을 공급해야 한다.
저혈당 쇼크의 후유증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뇌에 남는 손상이다. 뇌는 포도당 외에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기관이므로 저혈당이 지속되면 치명적이다. 반복적인 저혈당은 기억력 저하, 판단력 둔화, 시야 흐림 등의 인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심한 경우에는 심장 박동 이상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혈당 쇼크가 반복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저혈당 쇼크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식사는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한다. ▲약 복용 전에 혈당을 체크한다. ▲운동 전에 간단한 탄수화물을 보충한다. ▲음주는 반드시 식사와 함께한다. ▲포도당 정제, 당분 간식을 항상 휴대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응급 상황 대처법을 공유한다.
운동 전에 반드시 혈당을 측정하고, 수치가 낮으면 간단한 간식을 섭취한 후 운동을 시작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처럼 체력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할 때는 사탕이나 음료병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은 병원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소아(어린이)는 성인보다 저혈당 증상이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무서워 숨기기도 한다. 이에 부모나 보호자는 식사, 활동량, 기분 변화 등을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 학교 선생님에게도 아이의 상태를 미리 설명하고 응급 시 대처법을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술은 간(肝)의 당 생성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 음주하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음주를 하면 저혈당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이에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안주와 함께 섭취하고, 다음 날 아침에 혈당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가정에 비치해야 하는 물품에는 혈당 측정기와 함께 포도당 정제, 꿀, 사탕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응급 연락 카드’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쇼크 상황에서 주변 사람이 신속하게 연락할 수 있도록 이름, 질환명, 연락처가 적힌 카드를 지갑이나 휴대폰 케이스 안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상황은 갑자기 오므로 집안 곳곳에 당분 간식이나 주스를 눈에 띄는 곳에 두면 더 좋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유병자는 533만 명이다. 당뇨병 전 단계 1,400만 명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 가까운 인구가 당뇨병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혈당 관리를 잘 하여 만성질환인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