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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섭의 고려인 청소년⑥] 개교 이듬해 ‘코로나팬더믹’ 발생…”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였다”

2019년 8월 개교한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는 이듬해 코로나19 발생으로 방역을 위해 주차장에서 입학식을 해야 했다. 하는 모습입니다. 입학생을 따라온 어린 동생들이 바닥에서 돌멩이를 갖고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나 천연스럽고 귀엽다.

12명으로 시작한 학교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덕분에 학생 수만 빼고는 시스템은 잘 갖춰진 모양새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반의 이름은 수준에 따라 훈민, 정음, 세종으로 짓고 나를 포함해서 한국어 교사 3명이 각 반을 맡았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매일 교사회의를 열어 학생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한국어 수업 외에 고려인들이 한국 생활에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소소하게 일어나는 민원들을 해결해 주는 일도 처리해야 했다.

학생들 중에는 아버지의 급여가 체불되어 월세가 밀려 있다고 하소연하는 친구, 친구가 공장에서 취업한 지 하루 만에 손가락을 다쳤는데 아무 치료 없이 해고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나에게 전했다. 그때마다 나는 한국어가 서툰 고려인, 대한민국의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낯선 시선들,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임금체불을 당하는 어려움까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알렉산더(가명)의 월급을 왜 주지 않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하면 공장 사장은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눈치채고 바로 주겠다고 한 적도 있다. 또 취업 하루 만에 손가락을 다쳐 해고당한 고려인 청년을 대신해서 300만원에 합의를 받아 준 적도 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제법 유능한(?) 사람으로 보여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학교는 나에게 목표가 있었다.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에게 학교다운 학교로 브랜드를 갖고 싶었다. 자연 교육에 많은 것을 투자하였다. 곧 그것은 고려인 청소년들이 낯선 한국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일이 없도록 이곳이 한국 사회의 초기 적응을 위한 쉼터와 함께 자신들의 미래를 꿈꿔 볼 수 있는 꿈터학교로 만들고 싶었다.

하여 선생님 한 분에 학생 서너 명을 구성하여 집중 수업과 최고의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학생들의 향상에 온 힘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경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노후 대책으로 연금처럼 생각하며 준비했던 보험을 해지하고 대출도 받아야 했다. 학생들에게 쓰는 것 만큼은 아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 몰래 저지른 일이라 미안했지만 분명 이해해 줄 거라 믿으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필자(정면에 안경 쓴 이)가 맞춤형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2019년 8월 설립한 학교를 위해 1억 3천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 터라 2020년도 새학기를 준비하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2020년에도 과연 내가 올해만큼 경비 감당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설립하기 전 예상했던 어려운 운영 상황이 생각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여성가족부의 레인보우스쿨에 선정되면 인건비가 지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니~ ” 인건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학교 운영 비용에 부담이 많이 줄기에 반드시 선정되어야겠다는 각오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주변 분들에게 특별히 기도를 부탁했다.

물론 나는 새벽마다 레인보우스쿨 선정을 위해 기도했다. 선정될 거라는 기대감이 많았다.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센터와 달리 우리 학교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 시간이 많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넉넉하게 받지 못하는 용돈으로 점심을 사먹는 건 아이들에겐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나는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기숙사 운영도 하고 있었기에 교육 서비스에 자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선정이었다. 선정 결과에 우리 학교 이름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요즘 와서 느끼는 건 사업 선정은 얼마만큼 아이들에게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 수행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것으로 신규사업 선정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실감과 허탈함 그리고 절망은 다시 하늘을 보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 주님의 이름으로 선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지연될 때 나는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마치 허풍쟁이처럼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주님의 선하심을 믿기에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본다.

그런데 뉴스에서 나오는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치사율이 꽤 심각한 것 같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 곳곳에서 나오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학교가 겨울방학의 개학을 3차례나 늦추게 되었고 심지어 처음 시도해 보는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신천지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전국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었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도 코로나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회적으로 집합 자체를 하지 못할 상황이라 신입생 모집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학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지금까지 학교를 위해 애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학교 존폐 여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학교는 운영되어야 했다. 입학생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명 두명 문의가 들어오더니 20명이 넘었고 전년도보다 두 배로 많아졌다. 조심스럽게 입학 준비를 해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야외 주차장에서 입학식을 진행하였다. 수업 또한 대폭 변화가 있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던 수업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해야 했다. 뿐만아니라 도시별 확진자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반별 격일 수업까지 했다. 전국에 한국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고 EBS 온라인 클래스, 줌(Zoom), 구글 클래스룸 등 원격수업 플랫폼 활용으로 등교수업 제한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어 수준이 기초, 초급이 많았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 한계가 있었고 대면 수업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철저한 방역을 할 수 있도록 매일 소독과 함께 등교시 발열 체크 및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최대한 방역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반드시 꼭 주고 싶은 급식은 못했다. 선생님들께서는 수업이 일정치 않았고 그러다 보니 시수가 많지 않아 급여도 적게 나가게 되었다. 학교 운영비 중 선생님의 급여는 나에게 꽤 큰 부담을 주는 부분이다. 레인보우스쿨 선정에 떨어져 상실함을 갖고 있던 나는 레인보우스쿨 또한 여러 차례 시작이 연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끝내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코로나19의 위기는 되레 나에게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계속)

소학섭

(사)청소년미래연구 이사장,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이사장 겸 교장, 다문화전문가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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