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얼굴들의 모양은 넷의 앞은 사람의 얼굴이요 넷의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요 넷의 왼쪽은 소의 얼굴이요 넷의 뒤는 독수리의 얼굴이니”(겔 1:10)
포로 생활 5년 차, 고향의 성전에서 영광스럽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나이의 제사장 에스겔에게 바벨론의 현실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바벨론 곳곳에 세워진 신상들이 유대인 포로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듯했습니다. “너희의 신은 어디 있느냐?”
에스겔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사로잡혀 가서 봤던 것들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들은 아마도 신들의 형상이었을 것입니다. 유대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에 도착해 보니 그들의 신은 눈에 보였습니다. 너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게다가 사람을 압도할 만한 크기였습니다.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그에 비해 하나님은 없다고 여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것을 똑똑히 목격한 그들로서는, 하나님의 집이 이방 신을 섬기는 이들에게 무너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에 잡혀와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벨론의 신들이 정말 강하고 거대해 보였습니다.
바로 그 절망의 자리에서 하늘이 열렸습니다. 에스겔이 환상으로 본 낯설고 기괴한 모습은 당시 바벨론 포로들에게는 익숙한 이미지의 조합이었습니다. 사람, 사자, 소, 독수리의 형상은 바벨론이 숭배하고 자랑하던 힘의 원천이자 그들의 신상에 즐겨 사용되던 이미지였습니다. 세상이 가장 위대하다고 여기는 모든 가치의 총집합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상 속에서 그 생물들은 하나님의 보좌를 떠받드는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이 가장 위대하다고 여기는 모든 힘과 권세와 지혜를 당신의 발아래 두고 계셨습니다. 바벨론이 섬기는 신들의 형상은 하나님의 영이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는 충격적인 관점의 전환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힘이 우리를 압도하는 시대입니다. 자본과 권력, 최첨단의 기술 문명이라는 거대한 신상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너희의 신은 어디 있느냐?” 내 앞에 놓인 문제의 크기에 압도되고,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내 믿음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발 강가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2,600년 전 그발 강가의 하늘만 열렸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 믿음의 눈을 들어 성경을 펼칠 때, 우리의 하늘도 열리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자에게만 세상의 영광이 작아 보입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DSQS6gFQu_U?si=RrzLeAV3af-I6Zd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