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진숙·강선우·강준욱 반복되는 인사 실패, 기준 없는 검증이 문제다

강선우 이진숙 후보자(왼쪽부터)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진숙, 강선우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12·3 비상계엄을 옹호해온 인물이 대통령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 인사 모두 공통적으로 임명 이전부터 관련 논란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검증 체계 자체가 느슨하거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인물은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정당한 저항으로 미화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내란 선동’으로 규정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임박했던 시기에 이 책을 낸 점도 논란을 키웠다. 과거 강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빨갱이 느낌이 드는 정당’으로 비하했고, 문재인 정부를 ‘김정은 수준’이라고 폄하한 발언도 확인됐다. 이런 인물에게 ‘국민통합’이라는 직책이 맡겨졌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다.

강 비서관의 임명 경위도 불분명하다. 대통령실은 “보수 진영의 추천이 있었다”고만 밝혔고,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정 운영에 반대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과 위헌·위법 논란이 있는 인물을 주요 직책에 앉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내란 종식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현 정부가 내란 동조 성향 인물을 국민통합비서관으로 발탁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과 저서 내용이 인사 검증 단계에서 걸러졌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증 자료가 부실했거나, 통합과 협치를 우선시한 나머지 검증이 느슨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강 비서관이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국민통합이라는 사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고 전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사례도 대표적인 인사 검증 실패로 꼽힌다. 논문 표절과 자녀 조기 유학은 이미 대통령실 검증 목록에 포함됐지만,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검증팀은 “표절 수준이 심각하지 않고, 자녀 유학은 오래전 일이라 청문회에서 방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부 수장에게 요구되는 ‘연구윤리’는 정무적 대응만으로 넘길 수 없는 치명적 흠결이었다. 특히 자녀 유학 문제는 학부모 유권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인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이 청문회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 당초 대통령실은 이 문제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문제는 ‘보좌관들 사이에만 도는 이야기’ 정도로만 여겨져 사전 파악이 어려웠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갑질 수준은 예상보다 심각했고, 보좌관들의 불만 역시 광범위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의원과 보좌관 간의 권력관계에 대한 현실적 파악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통령실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우상호 정무수석은 검증 항목으로 부동산 투기, 성비위, 음주운전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기준이나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기존 인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인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향후 5년간 공직자 인사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력 초기에 국민이 기대한 것은 ‘공정한 인사’였다. 검증 실패가 반복되면 정권의 도덕성과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인사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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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언론인,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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