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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고백록⑦] 바랑 부인과의 이별과 방랑의 시작…“나는 잃고 나서야 사랑을 이해했다”

장자크 루소(1712~1778)의 <고백록>은 서구 근대 자서전 문학의 출발점이자, 인간 내면에 대한 가장 용기 있는 탐구의 기록입니다. 루소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며, 부끄러움조차 숨기지 않고 진실을 드러냅니다. <아시아엔>은 루소의 원전을 바탕으로 그의 유년기부터 철학자로서의 성숙, 글쓰기를 통한 구원, 그리고 고립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10회로 나누어 싣습니다. 연재를 통해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나는 고백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 인간의 선언을 마주하게 됩니다. <편집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와 바랑 부인(Madame de Warens)’ 1732년 모리스 르루아(Maurice Leloir) 판화작품

르 샤르메트에서의 평온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루소는 점차 바랑 부인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그것은 그의 내면에 큰 상처로 남았다. 그는 그녀가 다른 남성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녀의 사랑이 자신에게 더 이상 전적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겪는다.

루소는 이 시기를 “사랑이란, 잃고 나서야 그 깊이를 깨닫게 되는 감정”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바랑 부인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그녀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우리를 갈라놓았다고 믿고 싶었다”고 적는다. 그가 느낀 이별의 고통은 단순한 연인의 상실이 아닌, 인생을 이끌어준 방향성을 잃는 혼란과도 같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통해 세상과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랑 부인이 없는 삶은 곧 ‘의미의 상실’로 느껴졌다. 르 샤르메트를 떠나야 했던 그 순간, 루소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바랑 부인을 통해 어른이 되었고, 그녀를 잃으며 다시 아이가 되었다.”

이별 이후 루소는 방랑자의 삶을 시작한다. 그는 리옹, 그르노블, 파리 등지를 떠돌며 일자리를 전전한다. 그 와중에도 그는 자신을 뿌리째 흔들어버린 감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글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다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마음이 황폐할수록 글은 더 화려해지고, 글이 화려해질수록 내 마음은 더 비었다”고 적는다.

그는 리옹의 귀족 가문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잠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귀족 사회의 가식과 위선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나를 하인처럼 대했고, 그 부모들은 나를 예술가라 부르면서도 하찮은 존재로 여겼다”고 분노한다. 이 시기의 루소는 계급 간 모순을 더욱 체감했고, 인간 존엄에 대한 사유를 깊이 있게 발전시키게 된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에 책과 대화하며 자아를 재구성한다. 몽테뉴, 파스칼, 보일로, 그리고 신플라톤 철학자들의 사상을 탐독하며 그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그 한계를 동시에 경험한다. 그는 “내가 문명 세계로 나아가려 할수록,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이 더 커졌다”고 회고한다. 인간이 타인의 인정을 갈망할수록 더 허위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역설을 그는 뼈저리게 체험한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과 존재의 혼란 속에서 루소는 점점 더 ‘자기 고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을 붙잡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짓 없는 이야기’뿐이라고 믿었고, 이것이 훗날 『고백록』이라는 문학적 형식으로 결정화된다.

그는 바랑 부인과의 관계를 회상하며, “그녀를 떠났지만, 그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새로운 여성들과 사랑에 빠져도, 그는 그들을 바랑 부인의 ‘그림자’처럼 여겼고, 결코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적는다. 그녀는 그의 삶에서 육체적 존재를 넘어선 ‘정신적 기준’이 되었다.

이 시기 루소는 실존적 외로움에 휩싸였지만, 그것이 그의 사유를 더 깊게 만든 측면도 있었다. 그는 자연을 통해 위안을 얻고, 인간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땅과 하늘, 나무와 물결 속에서 씻어내려 한다. 그는 산책을 즐기며 생각을 정리했고, “나무의 움직임, 공기의 향기, 빛의 굴절은 모두 내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말 없는 친구들이었다”고 적는다.

결국 루소는 이 시기의 방황을 통해 중요한 삶의 교훈을 얻게 된다. 그것은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기억이며, 진정한 자아는 잃은 뒤에야 명료해진다”는 통찰이었다. 이 통찰은 단지 한 인간의 사적인 감정 고백을 넘어서, 인간 존재 전체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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