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윤재석 칼럼] APEC 최대 성과…트럼프, 한국 핵잠수함 건조 공식 승인

트럼프가 대한민국의 핵잠수함 운용을 승인했다는 사실 하나는 이번 APEC 회의의 최대 수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 과제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본문에서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최대 성과는 누가 뭐라 해도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건조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연한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세인들조차 초미의 관심을 갖게 했던 그의 핵잠수함 건조 승낙을 보자. 우선 지난 10월 29일 트럼프는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전격 공식 승인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핵잠수함을 아예 “핵잠수함을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오션 소속 필리 조선소, Philly Shipyard)에서 건조하라”는 주문까지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카드는 이전 정부에서 수차례 제기되었던 논쟁의 실마리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 국방부는 비밀리에 4,000t급 핵잠수함 3척의 건조를 추진했었다. 러시아 OKBM사의 도움을 받아 원자로 설계와 도면을 이수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사찰 논란과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이듬해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2017~2022년)에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으로 재점화됐으나, 미국이 비확산 원칙에 따라 저농축 우라늄 공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때도 무위로 돌아갔다.

대한민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경우 가장 답답해지는 것은 중국과 북한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들 두 나라에 대해 버지니아급은 수심 500m, 심지어 1000m에서도 아무런 흔적 없이 운항이 가능해 적의 동태를 살피는 데 문제가 없는가 하면, 적군의 해상 및 해저 활동 상황을 스텔스로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핵잠수함은 ‘꿈의 잠수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국산 핵잠수함 건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협정의 일부 개정만으로 소형 원자로 기술과 연료를 미국에서 공급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기술 또한 그만큼의 위치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원자력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동의만 있다면 핵잠수함 건조는 문제 될 것도 없는 단순한 이슈다.

문제는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기 위한 연료 공급이다. 핵잠수함 운용을 위해서는 핵연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행 한미원자력협정은 핵연료에 대한 우리의 독자 처리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핵잠수함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연료로 사용하면, 작전 수행 중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spent fuel)를 재처리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끼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하고도 미묘한 부분이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가 대한민국의 핵잠수함 운용을 승인했다는 사실 하나는 이번 APEC 회의의 최대 수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 과제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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