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사회문화

[임영상의 글로컬 뷰] 지역 직업계고, 고려인 청소년의 미래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지방 도시와 귀환 동포의 상생을 강조할 국회 정책대화 포스터

오는 7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외동포청과 국회의원 한병도·이재강·채현일이 공동 주최하는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대화’가 열린다. 한국 사회의 최대 현안인 인구문제와 관련해, 특히 107곳의 인구감소 및 관심지역 지자체뿐 아니라 지방교육청 관계자들도 ‘국내 동포’에 대한 정부 정책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경북을 시작으로, 2025년 전남, 그리고 2026년부터는 전북에서도 폐교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직업계고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경북은 8개 직업계고(한국해양마이스터고, 의성유니텍고, 신라공업고, 경주정보고, 경주여자정보고, 명인고, 한국국제조리고, 한국철도고)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했다. 베트남(28명), 태국(8명), 몽골(8명), 인도네시아(4명) 등 4개국 출신 총 48명이었다. 2025년에는 69명을 선발했으며, 이 중 베트남 학생이 42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전남은 2025년 5개 직업계고(구림공업고, 목포여자상업고, 전남생명과학고, 한국말산업고, 완도수산고)에서 외국인 고등학생 76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했다. 베트남(34명), 몽골(30명), 필리핀(4명), 인도네시아(4명), 쿠바(4명) 등 다양한 국적이다. 2026년에는 신설 예정인 전남미래국제고가 포함돼 6개 직업계고로 늘어난다. 같은 해부터 시작되는 전북은 베트남 학생 18명을 유치하여, 글로벌학산고(제과제빵과, 글로벌외식조리과, 헤어미용과), 전주공업고(기계과, 전기과, 자동차과), 줄포자동차공업고(미래자동차과) 등 3개 학교에 6명씩 배정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 이주민으로 구성된 생활전담사(가칭)를 통해 유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출처: <전북도민일보> 2025-07-10, “전북지역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본격화…정주 인구 확보 ‘물꼬’”)

그러나 현재 고등학교 외국인 유학생은 연수(D-4-3) 비자로 입국하는데, 졸업 후 국내 기업에서 일하려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고용허가제(E-9) 비자나 전문대학에 진학해 일·학습 연계 유학(D-2-7)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경북의 정책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비자 정책의 변화 가능성과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절박한 의지를 고려할 때, 그 시도 자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동포인 ‘고려인 학생’을 잘 모르고 있다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과 2007년 방문취업비자(H-2) 제도 시행으로 고려인의 ‘코리안 드림’이 본격화되었다. 경기도 안산시와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고려인마을에 이어, 2014~15년부터 가족 동반 입국이 허용되면서 인천, 경주, 김해, 아산, 청주 등 전국 25곳 이상에 고려인마을이 형성되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에도 고려인 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충남인터넷고등학교와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간 MOU 체결 직후. 충남인터넷고 서헌원 교감, 윤덕규 교장,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 채예진 이사장, KGN 김산 이사, 충남인터넷고 남채아 국제교육부장(왼쪽부터)

충남 논산의 충남인터넷고등학교는 2020학년부터 고려인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고, 2025년 5월부터는 러시아어로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고려인 멘토를 만나 학교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5년 4월 30일, 충남인터넷고는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와 MOU를 체결했다. 5월 22일 첫 멘토링 이후, 남채아 국제교육부장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KGN도 “멘토링은 미래세대 고려인 인재 양성을 위한 사회환원 활동으로,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매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출처: <놀뫼신문> 2025-06-13, “충남인터넷고,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와 MOU 체결”)

KGN의 충남인터넷고 제3차 멘토링에 참여한 고려인 학생들

지난 7월 16일, 충남인터넷고에서는 제3차 멘토링이 50여 명의 고려인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되었다. 채예진 이사장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려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군과 유망 직종, 한국 내 대학 정보 및 장학금 등 실질적인 진로 설계 팁을 제공했다. 이어 엄올가 이사, 김수호 홍보팀장, 김림마 이사의 강의도 이어졌다. 사실 고려인 학생의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대부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어 자녀 지도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를 선배 고려인들이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 중 약 1/3은 충남 아산에서 왔고, 언어 교육을 위해 한국어학급에서 공부하며 비좁은 원룸/투룸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충남인터넷고는 이들에게 한국 정착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7월 16일 멘토링 일정표

지방 정착과 진로 정보를 연결하자

수도권과 신수도권(아산 등)에 거주 중인 고려인 가운데, 주거와 일자리 여건이 허락된다면 자녀 교육을 위해 지방 도시로 이주하고 삶터를 새로 일구겠다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인 충북 제천, 경북 영천 등으로 이주한 고려인 가족도 있다.

문제는 자녀들이 한국어를 잘 배우고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되는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경북, 전남, 전북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직업계고뿐 아니라 기숙사 및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모든 고등학교를 소개하는 자료를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이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성공한 고려인이나 고려인을 잘 아는 한국인 활동가·연구자들이 진로 및 취업 지도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말이다.

실제로 아시아발전재단은 고려인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도서인 『함께 하는 고려인 이야기』를 발간했으며, 고려인을 위한 제과제빵 교육도 두 차례 실시했다. 또 재외동포청은 국비 매칭 사업인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제조업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중장년 고려인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등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 도시에서 고려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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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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