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승우 칼럼] 내가 걷는 길, 오직 감사할 뿐

1995년 6월 30일 17사단에서 열린 최승우 장군 전역식에서 1970년대 초반 중대원으로 함께 했던 옛 전우들이 최 장군을 무등 태우고 있다

나는 내 삶을 ‘기적 중의 기적’이라 여긴다. 생명의 출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순간도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현실이 내 뜻과 다를 때도,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나는 늘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습관을 지녀왔다. 특히 지난 30여 년 동안은 이러한 태도가 더욱 단단히 내 삶에 뿌리내렸다.

나는 시간을 직선적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것이 아니며, 미래는 그저 닥쳐올 일이 아니다. 과거는 기억된 현재이며, 미래는 기대되는 현재다. 그래서 나는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며, 그 둘의 연결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해왔다. 과거의 고난조차 지금 되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공존한다.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고, 행복 속에서 불행만을 염려하는 사람은 결국 불행한 사람이다. 삶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지만,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길”이라 자부하며 걸어왔다.

1961년 육사 입학에서 1995년 전역하기까지 군인의 삶은 조직과 인간관계의 연속이었다. 나는 항상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했고, 특히 하급자에게는 언행을 더욱 조심하려 노력했다.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깊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은 나의 지휘와 통솔 방식, 그리고 인간관계 속 신뢰를 가능케 했다.

나는 ‘자율적 복종’이야말로 강한 조직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따르게 하는 타율보다 스스로 따르게 하는 자율이 오래가고 강력하다. 이는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군인이 필요하다는 오랜 내 철학의 바탕이다. 물론 2014년 퇴임하기까지 8년간의 예산 군수로서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며 나는 신체의 건강보다 ‘마음의 근육’ 강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겉의 때보다 속의 때를 씻어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며 살아간다. 좋은 마음을 지키려는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실감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내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현실 안에서 감사하며 사는 것이 ‘나의 길(My Way)’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2023년 스승의날 옛 전우들이 최승우 장군을 초청했다.

최승우

예산군수,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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