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이재명 인사 ‘이이제이’ 전략…봉욱 송미령 구윤철 박관천 개혁인가, 역풍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 봉욱 변호사를 임명하면서, 그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개혁을 포함해 양곡관리법, 기재부 개편, 경호처 개혁 등 구조적 개혁이 요구되는 부처에 오히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을 기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이념보다는 실용과 성과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자의 개입이 곧장 성공적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인사 대상자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과 당사자들의 분명한 개혁 의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낙마한 오광수 전 수석에 이어 연달아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결정은,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에서 “검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개혁이 미완에 그친 배경을 조국 민정수석·박상기 법무부장관 등 ‘비검찰 출신’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이런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봉 수석이 맡게 된 핵심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조만간 예정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친윤 검사들을 솎아내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중장기 검찰개혁의 설계와 실행이다. 인사 작업의 경우, 친윤 라인 구분과 성향 분석, 전향 가능성 평가 등 복잡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검찰 내부를 잘 아는 봉 수석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검찰 고위직 인사는 봉 수석이 주도하되,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의 협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검찰개혁의 철학적 일관성이다. 봉 수석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방침과 그의 과거 입장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임명 과정에서 봉 수석의 개혁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여전히 “검찰의 이해를 대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큰 방향에는 동의하더라도, 세부 조정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이제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대표 사례로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을 공개 반대했던 그는, 이재명 정부에서 재기용된 후 스스로 입장을 전환해 ‘송미령표 양곡법’을 제안했다. 생산 조절을 통해 쌀 수매 필요성을 줄이자는 방안에 야당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역시 기재부 출신이다. 이는 기재부 개편이라는 민감한 과제를 ‘내부를 가장 잘 아는 수술 집도의’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경호처 차장으로 임명된 배경 역시 과거 경호처 감찰 경험을 감안한 인사로, 내부 개혁에 방점을 둔 조치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는 전 정부들과 비교할 때 보다 다채롭고 역동적인 ‘인재 구사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이이제이’ 인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직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적 개혁을 이끌기 위한 묘수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인사가 결과적으로 개혁을 무력화시키는 ‘반개혁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내부자의 기용이 개혁의 동력이 되기 위해선 그만큼 집권 세력의 강한 정치적 의지와 전략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인사가 결국 개혁을 가로막는 ‘내부 저항의 방패’로 전환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선택이 단지 인선의 묘수에 그치지 않고,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적 시스템 전환까지 완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