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내 책상’ 김영관

김영관 시인의 책상. 시인은 “아버지께서 쓰기 편하라고 제 움직임에 맞게 배치를 해주셨다”며 “제가 오른쪽이 불편하니 왼쪽에서 빠르게 꺼낼 수 있도록이요”라고 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김영관 시인의 모습이 비춰있다.

늘 그러하듯
새벽 눈을 뜨면
책상 위 핸드폰 알람이
나를 재촉한다

알람을 끄고 나면
책상 위, 날 바라보며
“챙겨 먹어” 하고 속삭이는
영양제들

나를 챙겨주는 친구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고
틈틈이 간식 보여주며
입 심심할 틈도 주지 않는다

책 보기 싫어하는 나에게
시집 한 권, 수필집 하나
조용히 추천하며
지루할 틈도 막아준다

“청소 좀 해라”
은근히 깔끔 떠는
까칠한 내 책상

앉아서 볼을 맞대고 있으면
시원하고 마냥 편안한
앉았다 일어났다 힘겨운 나에게
허리를 숙여
넓은 등을 내어주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말없이도 전해지는 그 믿음

늘 같은 자리
늘 같은 자세로
묵묵히 날 기다려주는
내 책상

김영관

시인, '보리수 아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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