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테헤란 핵 및 미사일 시설 등 수십 곳을 기습 공습하며 시작된 이번 전쟁은 연일 이어지는 공습으로 양국 간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군·안보 핵심 인물 대거 사망
공습 과정에서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알리 샴카니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사망했다. 핵 및 과학 분야 주요 인사인 페레이둔 아바시 에너지위원장, 다바니와 모하마드 메흐디 테헤란치 전 이슬람 아자드대 총장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란의 군 수뇌부와 핵 두뇌가 한꺼번에 큰 피해를 입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상 가장 결정적 시점”이라며 “임무 완수 시까지 작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전면 충돌로의 확산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을 ‘떠오르는 사자(Operation Rising Lion)’로 명명하며, “이란이 오랜 기간 중동 전역에서 대리세력을 통해 테러를 지원하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공습 배경을 설명했다. ‘사자’는 구약성서에서 유대 민족을 상징하는 상징물로, 민수기 23장에도 관련 구절이 등장한다.
네타냐후의 공습, 세 가지 이유
이스라엘의 공습 배경에는 군사·외교·국내 정치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첫째, 군사적 목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최근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중대 위반 사실을 공개했다. 무력으로라도 이를 제어하지 않으면 실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둘째, 외교적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으로 네타냐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이란 핵 협상이 애매하게 타결될 경우 이란 제재가 풀리면 역내 무장세력이 재정비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6차 핵 협상 시작을 이틀 앞두고 공습을 단행했다.
셋째, 국내 정치적 요인이다. 네타냐후는 이미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2023년 10월 하마스의 대규모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론도 여전히 부담이다. 연립정부마저 흔들리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란 공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네타냐후는 단순한 핵 저지를 넘어 이란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리아 정권 교체, 헤즈볼라·하마스 전력 약화 등 상황이 맞물리면서 현 체제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민심 이반 가속화…아말렉 대 아말렉, 진흙탕 전쟁
이란 내부도 혼란스럽다. 히잡 의무화 반대 시위를 비롯해 젠더·세대·소수민족 시위가 지속되며 사회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 위기까지 겹쳐 민심 이반은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쪽도 절대적으로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말렉 민족은 고대 이스라엘 주변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던 적대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란은 지금의 중동에서 아말렉적 존재로 비유되지만, 이스라엘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 또한 ‘현대판 아말렉’으로 불릴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결국 이번 이-이 전쟁은 선악 구도의 전쟁이라기보다, ‘아말렉과 아말렉의 싸움’이자 ‘진흙탕 싸움(이전투구, 泥田鬪狗)’에 불과하다는 냉소가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