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톨스토이 고백록④] 신앙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대중 속에서 답 찾아

대중 속에서 자신을 찾은 톨스토이 (이미지는 AI가 생성했습니다)

‘세계 3대 고백록’으로 불리는 세 권은 4세기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의 <고백록>, 그리고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이다. 시대와 문화는 다르지만, 이 세 책은 모두 인간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아 성찰의 깊이를 보여준다. <아시아엔>은 이들 세 사람과 저작을 먼저 소개한 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등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편집자>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중년의 위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학문과 철학, 종교 사상을 탐색했지만, 어느 것도 삶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이성은 결국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의 무의미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뿐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은 네 부류의 사람들

그는 자신과 같은 계층의 사람들, 즉 부유하고 교육받은 지식인 집단을 관찰하면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는 삶의 무의미함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 둘째는 그것을 망각하기 위해 쾌락에 빠진 사람들, 셋째는 삶을 끝내기로 결단한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삶의 무의미를 인지하면서도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네 번째에 속한다고 여겼고, 다른 대답을 듣기 위해 다른 계층을 주목하게 되었다.

이성의 한계를 넘어, 대중에게로

톨스토이는 고백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인류 전체를 오직 상류층, 지식인 계급으로만 간주했고, 그 밖의 대중은 ‘소나 말 같은 존재’처럼 간주했다고. 하지만 삶의 진짜 의미는 바로 그 대중 속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중은 삶의 고통과 무게를 묵묵히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으며, 그들 대부분은 신앙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자살을 가장 큰 악으로 여겼고, 신앙을 삶의 실천으로 연결시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신앙, 이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지식

톨스토이는 큰 모순에 직면했다. 이성을 따르면 삶은 무의미했고, 신앙을 따르면 이성의 판단을 부정해야만 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결국 이성만이 유일한 진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앙이라는, 이성에 기초하지 않은 지식이 인류 전체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왔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앙은 여전히 비이성적인 것이었지만, 신앙만이 인류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주고 삶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 신앙은 감정이나 환상이 아닌, 오랜 세월 인류가 삶을 지속하게 해준 실천적 진리로 다가왔다.

기독교, 그리고 대중 속 신앙의 실체

톨스토이는 신앙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먼저 기독교를 탐구한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상류층 기독교인은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신앙을 말했지만, 여전히 부유함과 향락에 집착하며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들의 삶은 신앙 없는 삶과 다를 바 없었다. 톨스토이는 그들을 통해 참된 신앙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방향을 틀어 노동자, 농민, 즉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하지만 신앙에 충실한 이들과 접촉했다. 그들의 신앙은 단순했지만, 실천적이고 진지했다. 그들은 힘든 노동과 고통 속에서도 삶에 대한 불만이 적었고, 만족을 알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그들로부터 신앙이 실천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신앙이 삶의 의미를 실제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삶의 의미는 대중의 실천 속에 있었다

2년간 대중 속에서 살아가며 톨스토이는 깨달았다. 자신이 속했던 지식인 계층이 자랑하던 학문, 예술, 철학은 결국 자아도취일 뿐이었고, 삶의 본질적 질문에 어떤 답도 주지 못했다. 반면 대중은 신앙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앙과 그 실천 안에 존재했던 것이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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