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 연해주와 시베리아, 북만주를 잇는 거대한 강줄기다. 아므르 강(흑룡강)은 시베리아 남동부에서 발원해 중·러 국경을 따라 4,350km를 흘러 오호츠크해로 들어간다. 양쯔강, 황허강과 더불어 아시아 3대 강 중 하나다. 이 강과 우수리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한 하바롭스크는 아무르의 심장과도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든 지금, 평화는 요원하다. 팬데믹 3년, 전쟁 3년. 그 사이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연해주와 북만주를 답사하는 아무르 프로젝트’는 묵혀둬야만 했다. 그런데 해방 전후를 탐색하던 중 일본 육사 출신 독립투사 김경천 장군을 만나면서 아무르가 다시 떠올랐다. 그의 격동의 삶은 연해주와 북만주, 하바롭스크(아무르주)를 무대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국이 첫 관문이었다. 직항편은 모두 끊겼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출항하는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는 여전히 운항 중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뿐이고 소요 시간도 길다. 결국 우회로를 택했다. 중국 연길(옌지)과 하얼빈을 경유해 러시아로 입국하는 경로다. 김경천 장군과 안중근 의사도 밟았던 길이다.
동행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전쟁 중인 러시아행을 선뜻 받아들일 이는 드물었다. 몇 차례 제안 끝에 고교 동창 H가 함께하기로 했다. 현지 활동가를 통해 여행사와 연결도 마쳤다. 안개 속 같았던 아무르 답사 계획이 10박 11일 여정으로 구체화됐다.

6월 2일 오후,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인천에서 연길로 출발했다. 연길 도착 후 곧바로 환승해야 했기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비행기 문이 열리지 않았다. 30여 분 지체 후 문이 열리고, 급히 공항을 뛰어다니며 입·출국 절차를 밟았다. 다행히 환승에 성공했다. 휴~.

20시 30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여행 목적을 “트래블”이라 말하자 바로 통과. 거대한 러시아의 위용은 ‘모스크바까지 7,000km’라는 바닥 표지판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마중 나올 예정이던 O는 90여 분 늦게 나타났다. 구글 지도가 멈추는 바람에 아날로그식으로 길을 물어 찾아왔다고 했다. 공항 근처 호텔까지 가는 여정도 험난했다. 오래된 러시아 차 ‘라다’에 몸을 싣고, 어둠 속 기억을 더듬으며 아르죰에 도착했다. 프런트에는 구글 번역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거구의 러시아 여인이 있었다. 우리는 거칠고 낯선 침대 위에서 고단한 첫날 밤을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