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홀연히 지는 꽃 앞에서

연꽃 <사진 이병철 작가>

사나흘 봄볕 따라
길 나섰다 돌아온 자리
눈부시게 피었던 꽃들
홀연히 지고 없다

잠시였던 시간
바람 더불어 온 거친 비에
화사한 그 꽃 모두 다 떨어졌다

꽃이 핀다는 것은 지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진즉에 그리 알았더라면
네 앞에 좀 더 오래도록 멈춰 서서 깊게 눈 맞추며
네가 피어 이 봄이 서럽도록 눈부시다는 그 말 전했을 것을

나 또한 그리 지고 있는 이 길에서
고맙다는 그 말 미루지 않았을 것을

이병철

시인, 생명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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