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40여 년간 산업 현장에서 일해온 경제인입니다. 경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몇 가지 바람을 전하고자 합니다.
파도가 출렁이는 것은 현상이며, 파도를 일으키는 본질은 바람입니다. 수레의 본질은 운송에 있습니다. 수레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송 자체를 잘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본질에 접근해야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 등 새로운 수단이 탄생합니다.
국가는 국민 전체의 건강을 책임져야 합니다. 고령화와 선진사회로 나아가며 환자는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의료 문제의 본질은 병원 이전에 식탁에 있습니다. 나트륨, 당류, 탄수화물 등 이른바 ‘레드푸드(Red Food)’의 과잉 섭취를 방치한 데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보건의 중심을 치료보다 예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염, 저당, 고단백, 저열량의 ‘그린푸드(Green Food)’ 정책이야말로 의료비용과 질병을 줄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이는 단순한 식습관 개선이 아니라, 식생활을 통해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9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식품시장까지 선도할 수 있는 산업 전략입니다.
의료 문제의 본질은 레드푸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푸드를 육성하고 제도화하는 데 있습니다. 경기침체라는 현상도 본질적으로는 신기술 개발의 부재와 신기술을 알아보는 안목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기술이 나오지 않는 것은 투자 부족과 인재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미래를 읽는 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케인스의 화폐이론도 일정 부분 맞지만, 200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의 연구처럼, 경제 변동의 본질적 요인은 기술 혁신에 있습니다. 인류 역사와 산업의 변화를 이끈 것 역시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었습니다.
나라에 인재가 없다는 말도 현상일 뿐입니다. 본질은 인재에 대한 보상이 부족했고, 인재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영국은 제임스 와트에게만 특허를 연장해주는 특례를 통해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 끝나자마자 1863년 미국 국립과학원(NAS)을 설립했고, 이것이 훗날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며 오늘날 미국 기술 패권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과학자를 단순히 ‘일하는 자’로 부르지 않고 ‘창조자’로 존중하며, 연금 제도가 없어도 과학가에게는 국가유공자 대우로 특별 연금을 지급합니다. 영어권 국가들 역시 FRS, NAS member, Laureate 등의 칭호로 과학자의 위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합니다. 과학을 대하는 철학은 호칭과 예우에서 시작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를 향한 향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1961년 5.16 거사 이후 불과 50일 만에 경제기획원을 설립하며 국가의 문제를 경제로 보고 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 있습니다. 본질을 보고 문제를 해결했던 그의 방식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님, 부디 이른 시일 내에 발명가와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말을 들으신다면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 구조의 전환점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선거 기간 중 하셨던 공약들을 당장 모두 지키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을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고백하셔도 국민은 이해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근본은 평등입니다. 그러나 인재에 대한 특혜적 보상을 실현하는 일만큼은 과감하게 추진해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님의 숨겨진 철학일지도 모릅니다.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을 여시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창조적인 시대를 열어 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대통령님을 비난하고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을 품는 가장 위대한 포용이 될 것입니다.
민족의 미래를 바꾸는 유일한 정책은 민주당의 기존 철학과 달리, 건전한 불평등을 통해 인재에게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