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기사 한 꼭지가 유독 우울하게 다가왔다. 제목은 “비자·언어 장벽에…외국인 AI 인재 韓 탈출”. 부제목은 “석·박사급 1년 새 절반 떠나”, “국내파 U턴 줄어 이중 유출”로, 모두 암울한 현실을 요약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가 쓴 이 기사에서는, 미국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의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인도 출신 A씨(31)가 지난달 퇴사해 유럽 대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비자 연장 지연과 가족 초청 불가 통보 등으로 인해 그는 결국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의 역동성에 끌려 왔지만 장기 체류가 어려워 포기했다”는 그의 말이 무겁게 들린다.
기사는 이어,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인재의 이탈이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된다고 전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AI 분야 외국인 종사자는 604명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법무부 통계도 첨단 전문인력(E-7-S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2023년 3월 기준 58명이었으나, 2024년 3월에는 23명으로 급감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 수치가 아니라 ‘AI 탈한국’이 실체임을 말해준다.
AI 인재 유출은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떠난 국내 인재의 ‘유턴’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우리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AI는 ‘미래 산업의 쌀’로 비유될 정도로 필수적인 분야다. 해외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AI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기업까지도 ‘찰떡 메이크업’을 구현하는 생성형 AI를 실험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기존 인력이 매뉴얼이 없는 새로운 업무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비정형 작업,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영역을 맡게 된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휴머노이드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가 산업 현장의 기본 구도가 될 것이다.
그뿐인가. 정부기관의 대민 서비스는 물론이고, 국가안보 분야의 대응 체계,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 영역까지도 AI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코앞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 부처 간의 협력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획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인재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인재 유입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예컨대 비자 제도, 가족 동반 문제 등-을 철저히 제거하는 일이다. 동시에 해외에 체류 중인 한국인 인재의 ‘귀환’을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세계 주요국은 AI 인재를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의도치 않게 ‘AI 쇄국 정책’ 속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이 현실을 직시하고,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