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3월 26일,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은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건강하고 자립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연계하여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돌봄을 기획하고, 대상자를 발굴하며, 개인별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하는 ‘돌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점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 제정 취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안 내용은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제도의 성패는 세부 규정의 정합성에 달려 있는 만큼, 대통령령으로 정할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과 인력 확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2007년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여전히 민간 위탁 중심의 공급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에서는 공공성 강화를 명시하면서도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 로드맵이 없다.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 및 안정적 수급, 노동권 보호에 대한 구체적 조치도 빠져 있어, 현장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돌봄은 결국 사람이 하는 서비스이며,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그 지속 가능성도 없다.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 복지의 최전선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매일 돌보고 있는 존재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며,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다. 치료(cure)와 돌봄(care)은 명백히 다른 개념이며, 정책과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이 차이를 이해하고, 현장 전문가인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2026년 전국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사구시형 제도를 정착하기 위하여 다음에 대한 정책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첫째,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의 국가 책임화가 시급하다. 현재 교육의 질은 지역 간 편차가 크고, 민간 중심의 운영체계는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치매, 당뇨, 뇌졸중, 구강건강, 낙상 예방 등 노인 만성질환 관리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인증 디지털 헬스 교육 모듈과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수자에게는 자격 등급 상승, 경력 인정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들을 위한 정기적 휴식 보장,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요양기관의 질 평가 항목에도 요양보호사 근무환경, 감정노동 보호 지표 등을 반영함으로써 돌봄의 질과 노동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
셋째, 지역돌봄과 공공의료의 실질적 연계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가 ‘통합돌봄지원센터’를 설치해, 요양보호사,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치위생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팀 기반으로 운영하여 일본의 케어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헬스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AI 기반 예측 돌봄은 예방 중심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로 이어지며, 이는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도 연결된다.
넷째, 요양보호사의 노동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존엄한 돌봄’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들의 노동을 사회적 가치로 평가하고, 공적 기여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요양보호사 경력을 국민연금 산정, 건강보험료 감면, 지역사회 복지기여 점수 등으로 환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존엄한 죽음은 존엄한 돌봄에서 비롯된다. 집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 돌봄이 곧 복지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르신의 손을 잡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삶을 먼저 살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묻는다. “당신의 노년을, 누가 어떻게 돌보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은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돌봄을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