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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서명수 인문기행 ‘천년의 기억 우리들의 경주’…APEC 참가자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천년의 기억 우리들의 경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 도시 경주는 천년왕국 신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땅이다. 평생을 언론 현장에서 기자와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한 서명수 작가는 이러한 경주의 얼굴을 깊고 넓은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그의 인문기행서 <천년의 기억 우리들의 경주>(서고, 2023년 10월 20일 출간)는 경주를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공간으로 소개하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기억의 가치’를 강조한다.

저자는 오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경주의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진솔하고 탁월한 문장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대표 유적지뿐 아니라, 왕릉의 의미, 포석정의 진실, 남산의 기도처, 교촌마을과 황리단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에도 시선을 나눈다. 그는 현장성과 사유를 결합해 경주의 역사적 순간과 지금의 풍경을 촘촘히 엮는다. “경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책은 ‘천년의 기억’과 ‘우리들의 경주’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신라사와 불교문화, 고대국가의 흥망과 인물사 등 역사 중심의 내용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주의 정취, 지역민의 삶, 현대적 감각이 스며든 공간들에 주목한다. ‘교토감성 경주감성’과 같이 타 도시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경주의 현재가 고립된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책의 서두에는 주낙영 경주시장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주 시장은 “경주에 대한 인문역사학적 지식과 정보를 풍성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일반대중들이 읽기 쉽게 쓰여졌다”며 “미식가인 작가의 취향을 살려 경주의 숨은 맛집을 군데군데 잘 소개해 여행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가”고 했다.

경주를 여러 차례 방문했거나 처음 찾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저자는 경주를 ‘누구의 경주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결국 ‘우리들의 경주’로 귀결시키며, 지역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함께 지켜나가야 할 이유를 조곤조곤 설득한다.

<천년의 기억 우리들의 경주>는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공간성이 어떻게 일상과 기억을 연결하는지를 문학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보여주는 저작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과 태도,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다음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의 구체적인 목차다.

제1부 천년의 기억

경주에 가고 싶다
왕릉에 소풍가자
사라진 왕궁
여왕의 시대
신라인 처용
비담의 난, 김유신의 회생
아비지의 꿈, 9층 목탑의 전설
포석정의 진실
황룡사 그리고 분황사
삼국통일의 제왕, 문무대왕

제2부 우리들의 경주

경주를 노래하다
대릉원의 봄
경주의 가을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
경주바다, 주상절리의 바다
핫스팟 황리단길
신들의 산, 남산
천년고도 경주 그리고 교토
교토감성 경주감성
황금의 제국, 인디아나존스 신라

천년고도 경주를 걷는 인문기행, 서명수 <천년의 기억 우리들의 경주>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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