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이 순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9000례 달성…K의료 수술분야서도 두각

아내의 진료 일정에 동행할 때면 자주 찾는 3차 의료기관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이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언제나 북적이는 대기실과 복도 풍경이다. 마치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는 그 분위기는,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최근 이 병원이 세계 최초로 간이식 9,000건을 달성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4월 30일, 두 건의 생체 간이식 수술이 동시에 진행됐고, 이는 각각 8,999번째와 9,000번째 수술이었다.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8월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처음 시행한 이후 32년 8개월 만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야말로 ‘K의료’의 위상을 새롭게 증명한 순간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술 후 1년 생존율은 98%, 3년은 90%, 10년은 89%에 이른다. 이 같은 탁월한 결과는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 우엽 생체 간이식’ 기법 덕분이다. 이 수술법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 분야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과는 해외 의료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국에서 기술 전수 요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미국 미네소타대 병원이다. 이 병원은 2015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 기법을 배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병원이 1955년, 한국전쟁 직후 한국 의료 재건을 위해 의술을 전파했던 기관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스승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역사의 반전이자, K의료의 자립과 도약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위상은 간이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세계 병원 평가’에서, 암·내분비·소화기·비뇨기 4개 임상 분야 모두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내분비 분야에서는 3년 연속 세계 3위를 기록하며,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병원 중 이 4개 분야에서 모두 5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은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병원은 암 치료 부문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와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쾌거다. 소화기와 비뇨의학 분야에서도 각각 세계 10위권에 들었다. 또한 스마트병원 부문에서는 전년보다 7계단 상승해 세계 18위에 올랐으며, 4년 연속 국내 병원 중 가장 스마트한 병원으로 선정됐다.
K-컬처, K-조선, K-원전에 이어, 이제는 의료 분야에서도 ‘K의료’라는 이름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의료기술과 환자 중심의 진료문화가 함께 발전해, 더욱 많은 ‘K쾌거’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