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손인수의 카페투어] 경춘선숲길의 쉼표 ‘아너카페’…단독주택 개조한 이색공간의 ‘다정한 추억’

단독주택을 개조해 2018년 5월 오픈한 아너카페 안에서 내다던 풍경

서울 북부를 가로지르던 옛 경춘선 구간(성북역~퇴계원역)은 현재 5.4km 길이의 경춘선숲길로 탈바꿈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길이 되었다. 이 숲길을 따라 자리한 카페들은 도시 일상 속의 쉼표 같은 존재다. 그중 공릉역 초입, 공연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아너(honor)카페’는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색 공간으로, 조용한 감동을 전하는 곳이다.

카페 입구에는 ‘honor’라는 작은 명판이 걸려 있다. 화려한 간판 대신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는 뜻을 담은 이 인사는, 이곳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월이 녹아든 공간
아너카페는 꼭 7년 전인 2018년 5월 28일 문을 열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이 공간은 김인성 대표의 추억과 땀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서, 오래된 집이 카페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망설이다 끝내 계약을 결심했다.

아너카페 외관

“한 달 넘게 임대가 안 되고 있길래, 결국 결단했죠. 젊은 시절 목수셨던 아버지와 함께 직접 개조 공사를 했습니다. 벽지를 뜯어보니 무려 8겹이나 덧대어 있었고, 초벌로 쓰였던 1970~80년대 신문도 발견됐어요. 공사 기간은 예상보다 두 배인 4개월이 걸렸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실내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용 규칙도 흥미롭다. 1층은 대화를 위한 공간, 2층은 공부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테이블마다 멀티탭이 비치되어 있고, 영업시간은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 ‘공부 맛집’으로 알려진 이유다.

아너카페 대표 메뉴들. ‘아너라떼’는 아이스크림과 검정 소스를 토핑한 시그니처 메뉴

직접 볶는 커피, 손수 만든 디저트
이곳의 매력은 단지 분위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커피와 디저트 모두 김인성 대표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조리한다.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과테말라, 브라질 디카페인 등 8종의 생두를 로스팅해 에스프레소과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한다.

시그니처 메뉴인 ‘아너라떼’는 아이스크림과 직접 제조한 검정 소스를 토핑한 라떼로, 단골 손님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메뉴인데, 단골들이 좋아해줘서 기쁩니다.”

치즈케이크, 브라우니, 바나나브레드, 쿠키 등 디저트도 모두 김 대표가 개발한 레시피로 직접 만든다.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아 카페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김인성 대표

얘기 ‘들어주는’ 카페
김인성 대표는 신학을 전공하고, 한때 상담학 유학도 꿈꿨지만 경제 여건상 뜻을 접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놓은 덕에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이후 ‘작은콩집’이라는 개인 카페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며 본격적인 커피의 길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다양한 원두를 접했는데, 처음엔 맛을 구분하기 어려웠죠. 조태연 대표님이 ‘많이 마셔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에티오피아 코케허니를 마셨을 때의 꽃향기와 와인 같은 풍미는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카페 운영에 대한 구상도 그 시절 시작됐다. 손님들 고민을 그저 ‘들어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아너카페의 매니저도 당시 인연을 맺은 손님 중 한 명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다정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단독주택을 개조해 2018년 5월 오픈한 아너카페 안에서 내다던 풍경

청춘의 밤을 함께한 위로의 장소
아너카페는 단순한 카페 이상의 공간이다. 깊은 밤, 한 마디 인사로 나서는 학생 손님, 사회인이 되어 다시 찾아온 손님, 심지어 아기를 안고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작년까지는 새벽 2시까지 문을 열었어요. 지금도 1시까지 운영하고 있고요. 손님들이 다시 찾아줄 때,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잊지 못할 밤의 기억과, 존중과 위로의 정서가 스며 있는 이 공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는 아너카페의 인사는 말보다 큰 위로로 다가온다.

방문객들의 서명들. 주인공들이 이번 공릉숲길 축제에 다시 올까.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아너카페는 6월 7일(금)~8일(토) 열리는 제3회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에 참여한다. 노원 지역 카페존에서 아너카페의 커피와 디저트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주소는 서울 노원구 동일로192다길 9,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새벽 1시. 인스타그램 @honor_cafe_official (실제 계정 여부 확인 필요).

손인수

카페문화웹진 '카페인' 발행인, 커피비평가협회 학술문화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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