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릉동 ‘카페 오어낫'(or nah)…손님과 문화 공유하니 공간도 확장

카페 오어낫 입구

어느 날 오전 11시, 공릉동 경춘선숲길은 라일락 향기로 가득하다. 카페 오어낫(or nah)의 문이 열리고 곧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꽃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산책객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이거 한번 해보는 게 어때요?”

카페 오어낫 배준호 대표

카페 오어낫은 2023년 3월 1일, 경춘선숲길에 문을 열었다. 이 공간은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배준호 대표가 직접 꾸몄다. 매장 곳곳에는 그가 만든 포스터와 그림이 걸려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오어낫(or nah)’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묻자, 배 대표는 “선택을 재촉하거나 분위기를 재치 있게 띄우는 말이에요. ‘그래, 안 그래?’, ‘이거 어때?’처럼요”라고 설명했다. 친근하게 권유하고,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글쓰기 모임에서 발간한 《blue or nah》

그는 <blue or nah>라는 제목의 책도 소개했다. ‘파란색, 어때요?’라는 의미로, 파란색을 주제로 12명이 참여한 에세이집이다.

“카페 오픈 1년 후, 손님들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2024년에 크라우드펀딩으로 첫 책을 냈습니다. 매년 출간할 계획인데, 올해는 보라색을 주제로 준비하고 있어요.”

카페 오어낫 내부 부착물. 그림모임 작품들도 이 가운데 있다.

그림 모임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매주 한 번씩 모여 함께 그림을 그리고, 지역 활동에도 참여한다. 실제로 재능기부로 노원소방서 벽화 그리기에 동참한 바 있다.

이 같은 ‘함께하기’ 프로그램은 중랑구 공릉동 이전 전, 서대문구 연남동에서 3년간 운영한 카페에서부터 시작됐다. 그곳에서도 디자인 스튜디오를 겸하며 글쓰기와 그림 모임을 진행했다. 배준호 대표 역시 손님들과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활력을 얻고 많이 배운다. 마치 내가 확장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메뉴 소개

카페 오어낫은 ‘기본·변화·확장’을 운영 원칙으로 삼는다. 커피는 결점 맛이 없고 깔끔한 맛을 가진 클린컵(Clean Cup) 방식으로 내리며, 치즈케이크·브라우니·티라미수·바나나 푸딩 등 디저트도 직접 만든다. 기본을 지키되, 색다른 메뉴로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오렌지주스와 아메리카노를 결합한 ‘오렌지카노’가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배 대표가 디자인한 포스터로 매장을 꾸미고, 선물세트도 준비한다.

이색적인 메뉴로는 알코올 음료도 있다. 하지만 목적은 단순한 음주가 아닌, 위스키나 하이볼 한 잔 앞에 두고 조용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의 경험’을 제안하는 데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 2차로 오신 분들께는 술집이 아니라는 점을 양해 구해요.”

2024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꾸민 매장 모습

카페에서의 ‘확장’은 글쓰기나 그림 모임을 넘어, 각자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데까지 뻗어나간다. 일종의 오프라인 ‘클랜(온라인 게임의 협력 그룹)’을 만드는 셈이다.

“주제와 시간을 정해 3~4시간씩 각자가 잘하는 것을 알려주고, 부족한 부분은 배우며 서로를 확장하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카페가 좀 더 안정되면 시작할 계획입니다.”

배 대표는 그림과 디자인 경력 12년 차지만,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좋게만 보이려는 포장”에 회의를 느껴, 진솔한 가치를 찾던 중 그림을 만났다고 한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10년 전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카페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림 공부에 매진하며 디자인 프리랜서로도 활동했고, 연남동에 처음 카페를 열었다. 그리고 지금의 공릉동으로 이어졌다.

카페 오어낫 안에서 내다본 외부. 이곳은 누구하고도 소통이 되는 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말한다. 글쓰기와 그림 모임을 통해 손님과 친구가 되었고, 경춘선숲길 곳곳에 자리한 다른 카페 대표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의 메뉴를 손님에게 추천해주는 모습은, 보기 드문 상생의 풍경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인공지능 시대, ‘좋은 질문’의 가치가 주목받는다. 카페 오어낫이 추구하는 카페 문화는 남다르다. 함께 질문하고 성장하는 문화, 확장하는 공간을 만들어간다.

‘카페 오어낫(카페 갈까)?’ 그곳에 가면 무언가를 함께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리고 누군가는 손뼉치며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당연히 가야지.”

*카페 오어낫은 지난 6월 7~8일 열린 제3회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에 참가했다. 노원 지역 카페존에서 직접 만든 커피와 디저트를 선보였다. 주소 | 서울 노원구 동일로184길 69-9

손인수

카페문화웹진 '카페인' 발행인, 커피비평가협회 학술문화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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