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이송우 시인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

이송우, 침묵과 상처 껴안은 시어들
이송우 시인의 첫 시집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실천문학사, 2021.6.30, 124쪽)는 ‘부재’와 ‘기억’을 테마로 한 시대의 상흔과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상징적이다. “노란 꽃들”은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기억할 수 없는 어떤 트라우마의 대상을 의미할 것이다.
시인은 2018년 계간 <시작>에 ‘유신의 기억’, ‘세례자 요한의 머리 앞에’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태어나기 전, 부친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8년간 복역했다. 유신 체제가 남긴 깊은 흔적은 시인의 언어 속에서 가족, 고통, 침묵, 그리고 저항이라는 말로 되살아난다.
시집은 크게 세 가지 결로 나뉜다. 첫째는 유신의 기억과 정치적 탄압을 고발하는 역사적 정서, 둘째는 그 시대를 통과한 가족과 개인의 상흔, 셋째는 현재를 사는 보통 인간의 불안과 고독이다. 이송우의 시는 어떤 부분에서는 절규에 가깝고, 또 어떤 구절에서는 한없이 조용하다.
제목 시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는 물론, ‘인혁당’, ‘서울구치소’, ‘세례자 요한의 머리 앞에’와 같은 작품들은 감정을 최대한 자제한 채, 오히려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갇혀 있었다”는 문장은 이 시집 전체를 꿰뚫는 핵심어다.
시인 이송우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거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상기시킨다. 시는 그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도구다. 이 시집은 그러한 시의 힘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함과 한을 품은 부친의 삶을 시로 승화시키는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