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동국이상국전집’ ‘대방광불화엄경소’ ‘삼봉선생집’ 보물 지정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희섭) 소장 자료인 『동국이상국전집』(4책), 『대방광불화엄경소』(1첩), 『삼봉선생집』(1책) 3종이 국가지정문화유산(보물)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8일 “국가유산청은 이들 자료의 역사적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보물 지정을 고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국가지정문화유산은 기존의 『동의보감』 등 국보 2종, 『석보상절』 등 보물 11종에 더해 총 16종으로 늘어났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자료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9~1241)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이다. 이 문집은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에 대한 기록과 고구려 건국신화를 웅장하게 담은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수록하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판본은 1241년 초간본 이후 오류와 결락을 바로잡아, 1251년 손자 이익배(李益培)가 고종의 명을 받아 분사대장도감에서 교정·간행한 중간본이다. 전집 41권 가운데 16권 4책만 남아 있는 결본이지만, 국내에 전하는 중간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갖추고 있고 인쇄 상태 또한 뛰어나다. 특히 이익배가 남긴 발문과 간기가 실려 있어 당시 간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는 송나라 승려 정원(淨源, 1011~1088)이 『화엄경수소연의초』를 주석한 불경으로, 『묘법연화경』과 함께 한국 불교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경전이다. 이번 지정 대상은 전체 120권 중 권118(1첩)으로, 송나라 판본을 바탕으로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수리나무 열매로 염색한 상지(橡紙)를 표지로 사용했으며, 제목을 금니(金泥)로 화려하게 필사하여 서지적 가치가 높다.
또 다른 지정 대상인 『삼봉선생집』은 여말선초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의 목판본 문집이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판본은 그의 증손 정문형(鄭文炯)이 1465년에 초간본을 증보해 안동에서 간행한 중간본이다. 전체 7권 가운데 권7(1책)만 전해지지만, 간행 기록이 남아 있어 『삼봉선생집』의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편 보물 지정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소장 기관이나 개인, 혹은 전문가가 문화재청에 지정을 신청하거나, 문화재청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대상으로 검토한다. 이후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문화재위원회 최종 심의에서 의결된다. 지정이 확정되면 관보에 고시하여 공식 효력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해당 자료의 진본성, 역사성, 예술성, 학술성, 희귀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국립중앙도서관 현혜원 고문헌과장은 “이번 보물 지정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수집·보존해 온 자료들의 학술적 가치와 문화유산으로서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희귀성과 학술적 가치를 지닌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국가지정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도 제작·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3종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과 한국고문헌종합목록에서 상세한 서지 정보와 해제, 원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