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상 11장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사울이 어찌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한 자가 누구니이까 그들을 끌어내소서 우리가 죽이겠나이다”(삼상 11:12)
불과 얼마 전까지 사울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울의 출신이 베냐민 지파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짐 보따리 뒤에 숨어버린 사울의 태도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울이 왕이 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삼상 10:27).
그런데 암몬과의 전쟁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울을 중심으로 33만 명의 군인들이 모인 것입니다. 모두가 질 것이라고 여겼던 암몬과의 싸움에서 사울의 군대는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이제 그 누구도 사울을 얕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울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고, 도리어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사울의 지지자들이 이런 의견을 냅니다. “사울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색출해서 처단하자.” 왕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싹을 자르는 것은 재임 초기 왕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 아니겠습니까?
사울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반대자들을 정리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이 생긴 것입니다. 왕을 비웃거나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순간, 그 한 번의 숙청으로 왕권은 견고해지고 모두가 입을 다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울은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사울이 이르되 이 날에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니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구원을 베푸셨음이니라”(삼상 11:13) 그는 자신의 왕권을 챙기는 대신, 하나님이 이루신 구원의 의미를 기억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해결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구원을 선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순간이 사울 인생의 절정이었습니다. 가장 왕다웠던 순간입니다.
사울,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인생은 자신의 왕권을 지키려고 할 때 가장 바닥이었습니다. 왕권에 위협이 되는 다윗을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그는 왕다운 면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기회가 늘 있습니다. 사울처럼 절대적인 힘의 우위에 서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에게 모종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 속을 살아갑니다. 나에 대한 무시, 나를 얕잡아보던 시선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날 것입니다. 눌러 왔던 내 감정보다는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표출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한편,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왕 되심을 거부했던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못마땅했던 자들이었습니다. 우리야말로 이미 색출되어 숙청당했어야 할 사람입니다. 그런 우리를 하나님이 어떻게 대하셨습니까?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L5sHUBEPdwQ?si=nhbK41ZlAZ1eFXtD